◎“성장·물가 두 토끼 사정권… 문제는 국제수지”/민간부문 외면·소수업종 소수대기업 주도 한계/“「관제·과두」 경기 극복해야 연착륙 가능” 지적「두마리 토끼는 사정권안에 들어왔는데 나머지 한마리를 쫓는데는 앞으로 꽤 어렵고 긴 경주가 필요한 것 같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등 세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재정경제원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급랭기류에 싸였던 성장은 1월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도 90년대들어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수지는 불길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웅배 경제부총리는 『지금대로라면 7% 성장, 물가상승 4.5% 목표달성은 무난하다. 국제수지가 걱정스럽지만 환율안정만 기한다면 적자폭은 연간 50억∼60억달러 목표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사실 이런 경기낙관론은 정부만의 시각은 아니다.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월 94, 3월 107로 나타났고 대한상의 BSI도 1·4분기 91, 2·4분기 119로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민간업계의 예감을 드러냈다. 총선이란 악재가 있지만 지난해 과열국면을 진화시켰던 당국의 미조정능력을 감안하면 급격한 경기위축은 없을 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연착륙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경기지표의 속을 들여다보면 꼭 희망적인 것만도 아니다. 안정성장을 이어가는 현 경기는 엄밀히 말해 민간부문의 외면속에 정부 혼자 안간힘을 쓰고 몇몇 업종이 이끌어가는 「관제경기」 「과두경기」라 할 수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 1∼2월의 산업생산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3%, 출하는 11.1%, 투자(국내기계수주액)는 19.4%로 비교적 높고 안정된 연착륙형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중화학공업 생산은 13.1% 증가한 반면 경공업은 작년(0.9%증가)보다 못한 0.3%감소를 기록, 경기를 소수업종 소수대기업이 끌고가는 양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투자도 정부의 재정조기집행으로 공공투자는 125.1% 늘어난데 비해 민간투자는 고작 1.8% 증가에 그쳐 정부 독려에도 불구, 민간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각돼 있음을 드러냈다.
재정의 경기조절능력도, 환율을 통한 수출가격지지도 효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정성장 연착륙의 관건은 역시 민간이 투자에 앞장서고 경쟁력을 길러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관제·과두경기는 외면한채 지표호조만으로 세마리 토끼사냥을 낙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안이한 태도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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