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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서울앙상블의 「런던 양아치」(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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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서울앙상블의 「런던 양아치」(연극평)

입력
199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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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자극차원 머문 정치·광고폐해 고발국회의원총선거가 2주일 남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된 것이다. 정치는 늘 정정당당한 대결을 표방하지만 권모술수와 흑색선전으로 얼룩지기 일쑤다. 여기에 광고가 뛰어들어 일조를 한다. 광고란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리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대중매체의 발달로 비대해진 광고의 기능은 자주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덕 루시작·하경봉 연출의 「런던양아치」는 타락한 정치판과 부도덕한 광고의 실상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50, 60년대 저항시대 출신으로 이제 기성세대가 된 정치인과 광고사업가, 그들은 성공한 상류층이다. 그러나 그 행태는 건달과 다를 바 없다. 반면에 80년대 신세대들은 건달처럼 무례하고 당돌하지만 나름의 당당함과 인간애를 보여 준다. 신사의 도시 「런던」과 부랑아나 건달을 뜻하는 「양아치」를 묶은 이유를 알 듯 하다.

이러한 두 부류 중간에 스튜어트(선우재덕 분)가 있다. 그는 과거 재능있고 유명한 영화감독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주체 못하고 건달처럼 살아간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세대에게 느끼는 저항감만큼 분방한 신세대에 대한 심정적 동조가 있지만, 세대차에서 오는 이질감만은 어쩔 수 없다. 즉 그는 양쪽 어디에도 완전히 낄 수 없는, 이른바 주변인이다.

이 작품의 큰 줄기는 주변인 스튜어트가 양쪽 부류 사이를 오가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정치의 도덕적 타락, 의식없이 기능만 발달한 광고, 세대간의 첨예한 갈등, 냉엄한 직업세계의 고독, 그 돌파구인 외도와 동성애등도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파헤치는 중요한 소재들이다.

우선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작품은 여러 모로 파격적이다. 적나라한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며, 비록 흐릿한 조명 속에 잠깐이지만 남성의 나체가 나타나고, 동성애와 이성애를 함께 즐기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파격이 단순한 자극의 차원을 넘어 후련한 쾌감까지 연결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도 그 책임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번역투의 긴 문장과 더빙투의 빠른 대사에 있다. 즉 탄탄한 내용 연결과 기발한 광고장면등 연출력이 돋보이지만, 완전한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느끼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미흡하다고 본다.<오세곤 연극평론가·가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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