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고궁서 도시락점심 “신풍속”/맞벌이 부부 저녁식사 수요도 늘어나/도시락 간담회·메모끼워 대화창구역최근들어 도시락문화가 신세대주부들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시락은 우선 끼니걱정을 간편하게 해결하는데 편리하다. 밥먹는데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점심 자투리시간을 여가활동에 투자하려는 실속파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다. 또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부부의 저녁식사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봄볕이 따사로운 덕수궁 경복궁등 서울시내 고궁은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집에서 직접 도시락을 싸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주변의 도시락업체에서 시킨 주문도시락들이다. 27일 낮 직장동료 6명과 덕수궁을 찾은 하영진씨(33·대한항공근무)는 『복잡하고 답답한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탁트인 공간에서 먹는 도시락이 훨씬 맛있다』면서 『무엇보다 「소풍」을 나온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인 신세대주부 이선아씨(25)는 직장에서 늦게 퇴근할 경우, 자주 남편과 동네 슈퍼에서 도시락을 사다 먹는다. 이씨는 『남편도 퇴근이후 대학원 진학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도시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도시락은 요즘 가정이나 직장에서 구성원간의 유대감을 확인해주거나 허물없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의사소통의 매개체로도 쓰인다.
22일 경기 수원에 있는 삼성전관 공장의 회의실.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차림의 근로자 20여명이 경영진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메뉴는 똑같이 도시락. 거리낌없이 불편사항을 말해달라는 경영진의 주문을 시작으로 1시간여동안 자유로운 대화가 이루어졌다. 삼성전자가 3년전부터 「열린 경영」을 위해 매달 한번씩 실시해 오고 있는 「도시락 간담회」의 현장이다.
젊은 주부들사이에는 자녀들의 도시락에 편지나 메모지를 넣어주어 아들이나 딸과의 대화창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편지나 메모지에는 대부분 작은 사랑의 글이나 집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내용들이 간략하게 적혀있다.
이런 도시락문화의 빠른 확산을 타고 도시락전문업체들도 크게 늘고 있다. 업체들은 서로 다른 고객의 입맛에 맞게 새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사무실은 물론 가정의 식탁에까지 도시락을 실어나르는 배달서비스 경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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