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자율성 갖춘 전인교육 목표/86년 첫 도입… 1,000개 초등교 확산□4대 기본전제
학습선택의 자유
풍부한 학습환경
학습의 개별화
학생에 대한 존중
우리 교육은 획일적인 내용과 교습방법, 열악한 환경, 지식 위주의 지나친 교육열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개혁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교육현장은 일제시대에 골격이 형성된 이후 변한 것이 별로 없다.일제가 제정한 국민학교의 명칭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21세기의 아이들을 20세기의 교사가 19세기적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다. 열린 교육은 바로 시대와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초등 교육의 현장을 교육 본연의 방향으로 개혁하자는 교육자 스스로의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린교육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86년. 일찍이 영국에서 시작된 교육방식을 서울 영훈초등학교와 운현초등학교가 처음 받아들여 교육이념으로 채택했다. 이후 열린교육은 국내에서 확산을 거듭,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학교와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이 지정한 시범학교를 합해 모두 1,000개교가 현재 열린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91년부터는 교장 교사 학자 등이 한국열린교육연구회를 결성해 교사연수회 해외견학 수업발표회 세미나 등을 통해 열린 교육을 보급하고 있다.
이 연구회의 기획위원 정진곤 한양대교수(교육학)는 열린교육의 개념을 ▲학습선택의 자유 ▲풍부한 학습환경 ▲학습의 개별화 ▲학생에 대한 존중 등 4가지 기본전제가 충족된 교육으로 정리했다.
먼저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 적성 흥미에 따라 자신이 공부할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 한가지 내용만을 가르치고 이를 얼마나 잘 수용하는가를 겨루는 기존 교육방식과는 다르다.
또 학생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교육내용과 시설을 최대한 다양하게 꾸민다. 교실의 벽을 허물어 탁 트인 공간을 만들고 가운데는 자료실을 꾸며 학습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게 하거나, 책걸상을 집단학습에 적합하도록 원탁이나 회의형 사각탁자로 바꾸고 바닥에도 양탄자를 깔아 공동학습이 가능토록 한다. 탁자별 또는 구역별로 각각 주제를 달리하거나, 같은 주제라도 접근방식을 달리해서 다양한 학습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열린 교육에서는 교사가 학생 한사람 한사람의 특성에 맞게 교육내용과 교수방식을 정해 개별화 학습을 한다. 교사들은 학생의 성장배경 적성 능력 친구관계 습관 등을 파악해 기록으로 남겨둬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이 연구회 기획위원인 이성은 이화여대교수(초등교육학)는 기존의 획일적 교육이 수동적인 인간만을 양산했던 데 비해 열린교육은 학생들을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갖춘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이를 위해 학교시설과 설비를 현대화해야 하고 교육자료도 충분히 개발, 보급해야 하며 학급당 인원도 가능한한 30명 이하로 줄일 수 있도록 교육재정 확대를 이른 시간 내에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에 지는 것은 현재에 지는 것이지만 교육에 뒤지는 것은 미래에 지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교실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게 열린 교육의 핵심이다.
◎열린교육 어떻게 하나/흥미있는 코너 선택 스스로 결론찾아/기존교실 재구성 수업시간·이동 자유롭게
열린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열린 교육의 공통점은 아동중심의 교육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교실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개인차를 인정하며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적 아동으로 기르기 위해 기존의 학습환경도 재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동에 대한 몇가지 가정이 기초가 되고 있다. 그것은 아동은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외부의 간섭이 없을 때는 탐구적 행동을 하며 ▲학습과정에 능동적이고 자기 학습자료에 대한 선택의 능력이 있고 ▲적합한 속도와 방법으로 학습할 때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며 ▲학문에 대한 추상적 개념은 구체적 경험후에 생긴다는 특징이다.
서울 장평초등학교 김문빈 교장은 열린 교육의 수업방식에 대해 한마디로 『아동들에게 시간 공간 마음 공부거리 집단 등 5가지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40분수업 10분휴식의 수업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임의로 시간을 배분해 공부하며, 지정된 책상에 붙어 앉아서 공부하는 대신 테이블이나 구역을 찾아다니면서 공부한다. 또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우지 않고 스스로 결론을 찾아가는 창조적 마음으로 공부한다. 공부거리 역시 교사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제시된 주제나 프로그램 가운데 스스로 선택한다. 학급과 학년으로 고정화한 집단을 허물고 소그룹 학년간모임 학급통합수업 등 다양한 단위로 학습을 시킨다.
한국열린교육연구회는 지금까지 10여개의 수업모형을 개발해 교사들에게 보급하고 있는데 지난달 26일의 공개수업·토론회에서는 이가운데 활용도가 높은 6가지가 제시됐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코너학습. 덧셈을 공부한다고 가정할 때 테이블을 몇개 놓거나 구역을 몇개로 나눠 한 코너에서는 주판, 다른 코너에서는 블럭, 또 다른 코너에서는 컴퓨터를 가르치도록 한 다음 학생들이 흥미와 능력에 맞는 한 코너를 찾아가 셈을 익힐 수 있게 하는 수업방식이다.
다교과통합학습은 가령 열대지방을 공부할 때 코너를 언어 역사 지리 등으로 나눠 돌아다니면서 공부하도록 한 뒤 종합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는 모형이다.
복수교과통합학습은 코너를 국어 산수 자연 등으로 나눠놓고 학생들이 순서와 시간을 스스로 정해 돌아가며 모든 과목을 공부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신문이나 방송을 활용해 공부하는 매체학습모형도 개발돼 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열린교육연구회는/91년 교장·교사중심 발족,전국 2,000회원/수업모형 개발·각종 연수·심포지엄 활동
교육현장의 자생적 운동인 열린 교육운동은 한국열린교육연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연구회는 91년4월 열린 교육운동을 벌여온 교장 교사와 이 운동의 이념에 동의하는 교수 교육전문가등 200여명이 발족시켰다.
이 연구회 결성으로 우리나라의 열린 교육운동은 걸음마를 떼고 본격성장기에 진입하게 됐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교장 교사가 중심이 됐으나 점차 학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모두 2,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으며 산하에 14개 시·도지역연구회를 두고 있다. 이 연구회에서 분리된 「열린교육응용학회」도 별도 조직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돈희 한국교육개발원장이 3대회장으로 부임하면서 활동의 폭이 매우 넓어져 교육계 이외에 여러 분야에서도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 연구회가 가장 주력하는 일은 열린 교육 수업모형 개발및 소개와 시범학교 공개로 꾸며지는 연수회 개최. 1∼2일 일정으로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교육행정가 대상의 연수회를 10회나 열었으며 일본의 열린 교육 현장을 방문하는 해외연수단도 8차례 파견했다.
또 국제심포지엄 개최를 준비하기 위해 한일공동연수회를 열었으며 열린 교육에 대한 연구활동 결과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여름철에 폐교를 활용하는 「늘푸른 캠프」활동과 교육개혁에 관한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등을 개최하고 있다.
전국의 열린 교육 초등학교 명단을 실은 열린학교가이드북을 제작했고 연구책자 「열린 교육의 이해」와 회원지를 정기 발간하고 있다.
◎인터뷰/한국열린교육연구회 이돈희 회장/“획일화·암기식수업 탈피
다양한 학습공간 가장 필요”/당국도 큰 관심… 학부모 이해 따라야
한국열린교육연구회 이돈희 회장(한국교육개발원장)은 「열린 교육」에 대해 교육본질의 회복운동이라고 함축적으로 정의했다. 이회장은 열린 교육이 새로운 교육사조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라기 보다는 교육의 본연을 찾고자 하는 교육현장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열린 교육이 초등교육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면 현재 초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획일화와 암기위주의 수업방식이라고 봅니다. 획일화는 교실등 교육현장의 시설 뿐만 아니라 교습방식 등에까지 해당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아직까지 교사와 학생간의 경직되고 수직적인 관계가 이어지고 똑같은 책상과 칠판에서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모든 학생이 받아 적는 그런 고전적 형태입니다』
―열린 교육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열린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학생과 교사, 교습법에 대한 3가지 관점이 기존의 교육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동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이며, 교사는 교육의 협력자, 동반자가 되며, 교습은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물리적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규격화한 고정된 형태의 교육에서 탈피하는 것입니다. 즉 아동의 개성을 계발하고 전인적 성장을 실현시키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열려 있는 다양한 학습공간과 융통성 있는 학교운영 원칙, 교사의 창의적 노력, 학부모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학습공간을 연다고 단순히 물리적으로 교실 벽을 허물자는 것은 아닙니다. 학습환경 개선은 교육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지 열린 교육의 조건은 아닙니다』
―열린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관심있는 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확산중인 민간교육운동인데 교육당국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정부는 야심찬 교육개혁을 진행중입니다. 그 핵심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이는 열린 교육의 본질과 같습니다. 정부가 열린 교육을 주도하면 교사들이 부담을 가질 우려가 있지만 이번 제2차 교육개혁에 열린 교육이 포함된 만큼 정부도 관심이 큽니다』
―열린 교육이 일부 돈많은 사립학교의 전유물이며,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잘하는 학교의 수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모든 학교가 열린 교육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련되게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교사들이 조금씩 아이디어를 개발해 나가면 그것이 곧 열린 교육입니다. 학생 수가 점차 적어지는 시골학교가 오히려 열린 교육을 하기에 좋을 것입니다. 교육재정이 국민총생산의 5%까지 확대되는 등 교육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방식도 분명히 바뀌어져야 할 때입니다. 한반에 60명이 배우던 때와 30명이 배우는 때는 분명히 달라져야 합니다』<한기봉 기자>한기봉>
▷약력◁
▲59세 ▲서울대 사범대 ▲미웨인대 교육학박사(교육철학) ▲서울대 사범대 학장, 서울대교수 ▲한국교육학회 교육철학연구회장 ▲교육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교육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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