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중반 학술회의참가차 귀국했던 한 재미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도 현대문명의 이기들이 곧 홍수를 이룰 것 같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은 이기들이 가져올 공해·범죄·안전사고의 예방과 억제다』 학자는 또 그 이기들을 예시하면서 자동차·전화·컴퓨터 외에 승강기도 포함시켰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승강기는 10만대에 이른다(95년말 현재 9만9천4백대). 68년 금성사가 일본과 기술제휴해 국내생산을 시작한뒤 83년 한해동안에만 4천5백대를 설치해 화제가 됐다. 그후 아파트 붐을 타고 생산이 가속화하면서 지금은 1년에 1만5천여대 증설이라는 세계1위의 승강기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학자의 예상대로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승강기안전사고가 늘기 시작해 92년에 11건, 93년엔 24건, 94년엔 34건, 95년에도 40건 이상이 발생했다. 그나마 이 집계는 사상자가 생겨난 대형사고만이다. 원인은 관리부실이 대부분이고 어린이장난, 이용자의 부주의는 10%에 못 미친다. 또 전체의 94%가 돌발적인 멈춤과 추락으로 되어 있다. ◆작년말 서울지검이 최초로 관내 승강기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여 무려 4백48건을 적발하면서 큰 충격을 준바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업계 수요자들이 제보한 부실원인도 적지 않았다. 아파트에선 대부분이 개인영세업자에 의해 보수되어 불안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큰 메이커는 대형빌딩만을 상대해 개인업자 몫들은 딴 기계의 부품을 훔치거나 폐품을 사용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행쇄위가 전국승강기중 1만5천여대에 대해 정밀점검대상으로 판정했다. 결과에 따라서는 운행정지도 불가피하다면서 관련법규강화와 관리주체일원화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여년전 교포학자의 충고가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모두가 무신경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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