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위주의 정보 제공을”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과정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공정하고 유용한 선거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언론보도가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왜곡된 정치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한 계도적 역할은 가능하다. 또 합리적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시민을 단순히 시청자가 아닌 유권자로 보는 선거보도철학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3월 한달간 3개 TV 방송사의 선거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나타난 문제점과 개선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권자에게는 정당의 정책이나 인물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한데도 선거관련뉴스와 프로그램의 수가 대단히 적고 각 당의 공약, 정책을 비교해주는 선거정보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니터기간에 주요 종합뉴스의 전체 선거보도 282꼭지 가운데 공약보도는 3개 방송사 통틀어 10꼭지에 불과했다.
둘째, 고위 당직자 얼굴비추기와 세과시에서 보이듯이 대선을 방불케하는 경쟁을 그대로 중계하는 경마식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또 언론은 정당이 지역구도를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지역할거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판세분석기사에서도 「바람」 「텃밭」 「○○정서」등의 표현으로 고질적인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그대로 반영하거나 확대, 고착시키고 있다.
셋째, 정당의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보도시간의 불공정과 화면 편파가 두드러지고 있다. 3개 방송사 모두 기사가치와 상관없이 항상 여당 우선의 보도 순서를 보인다. 신한국당에 대한 보도시간은 국민회의의 2배, 민주당과 자민련의 3배를 넘어선다. 예컨대 KBS의 일주일간 정당행사 보도시간을 대비해보면 신한국당 713초, 국민회의 377초, 민주당 244초, 자민련 236초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대통령 동정보도가 매일 뉴스 앞머리에 등장하고, 정부의 선심홍보성 정책의 보도량 역시 14대 총선시기의 2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보도에서 유권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주체로서 선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익단체와 시민, 사회단체의 활동을 도외시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에 의해 독점된 정치행위에만 뉴스가치를 부여하고, 시민 사회단체의 활동은 그저 공명선거캠페인 정도로만 취급하는 보도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거를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언론의 과제일 것이다.<서울ymca 「좋은방송을위한 시청자모임」회장>서울ymca>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