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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짧은 삶속에 녹인 「격정의 음악」(가요현대사: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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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짧은 삶속에 녹인 「격정의 음악」(가요현대사:37)

입력
199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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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한 외모의 술꾼,넋의 노래로 팬적셔/마지막곡 「내사랑 내곁에」 아직도 인기『전체적인 분위기를 「허무와 외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90년, 완연한 병색으로 5집앨범을 준비하던 김현식(1958∼90년)은 새음반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그리고 그해 11월1일 간경화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영혼이 실린 노래로 80년대 중·후반 우리 가요에 무게를 줬던 김현식은 짧지만 밀도있는 음악인생을 산 가수였다. 금방 정을 느낄 수 있는 털털한 외모, 속삭이듯 때로는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 무엇보다 우리의 감정을 복받치게 하는 호소력있는 음악이 그에 대한 뚜렷한 기억이다.

김현식은 그룹음악을 통해 역량을 키웠다. 서울 명지고를 졸업한 후 「정성조와 메신저스」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봄 여름 가을 겨울」「신촌블루스」등 그룹과 함께 음악활동을 하면서 솔로 활동을 병행했다.

<돌아서 눈감으면 잊을까 정든 님 떠나가면 어이해 바람 결에 부딪히는 사랑의 추억 두 눈에 맺혀있는 눈물이여 …> (사랑했어요, 김현식 작사·작곡 1984)

84년 겨울, 김현식은 「사랑했어요」로 다운타운가를 강타했고 갑자기 유명해졌다. 그러나 주어진 규격에 개성을 맞춰야 하는 방송보다는 라이브 콘서트 등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랑할 수 없어」「환상」등 화제의 노래를 발표하던 그는 80년대 후반, 서서히 블루스로 방향을 선회했고 목소리도 거칠게 변해갔다. 노래만큼 역동적인 감성의 소유자였던 그는 매일 술에 만취하면서 병을 얻었고 병이 깊어가는데도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꼭 자기 노래처럼 살았어요. 기쁨과 슬픔의 표현이 극명한 감성의 덩어리였습니다. 그의 노래가 아직도 힘을 갖고 있는 이유는 그러한 감성의 결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발굴했던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실력자 김영씨(동아기획 대표)의 회고다.

90년, 그는 힘겹게 5집음반을 만들었다. 영원한 이별을 허탈하게 읊은 그의 대표곡 「내 사랑 내 곁에」는 이미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 (오태호 작사·작곡 1990)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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