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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잃은 금리차등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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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잃은 금리차등화(사설)

입력
1996.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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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23일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새로운 대출가산금리제도는 형평을 상실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일반가계대출자와 영세 및 중소기업자에게 금리부담을 지나치게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은행이 대출금리에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신용이 양호한 대고객에게는 금리를 낮춰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적용해 주고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소액 고객에게는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오랜 관행이요 또한 금융기업의 기업원칙이기도 하다. 은행은 쉽게 말해 예금과 대출을 통해 돈장사하는 기업이므로 비용이 적게 들고 부도가 날 위험이 적은 재벌그룹이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개인·중소기업에 대해서 금리의 차등을 두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이번의 금리차등화에 대해서 정부와 여론의 비판이 높은 것은 금융기관 자신들의 과당경쟁에서 오는 부담을 경제적 취약자인 개인과 중소기업에 떠넘겼기 때문인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번의 추가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가계대출자의 경우 연12.5%에서 13%로 0.5%포인트가 인상되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0.5%내지 1%포인트가 오른다.

그러나 시중실세금리가 11%대에서 안정되고 있고 은행들이 돈이 남아 돌아 쩔쩔 매고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가계대출과 영세 및 중소기업자 대출만이 금리가 오르는 것은 수용될 수 없는 것이다. 가계대출자로서는 부당한 금리부담만큼 가계압박이 심화되는 것이고 영세 및 중소기업자들에게는 자금부담의 증대뿐 아니라 경쟁력을 그만큼 저하시켜 주는 것이다.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대출금리의 추가부담이 있더라도 원하는 자금을 원하는 시기에 대출받을 수 있게끔 자금의 가용성이 높아진다면 이자부담의 증대를 부분적으로나마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대출제도를 획기적으로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실행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가 완전히 자유화된 것을 이처럼 부당한 금리차별화에 이용한 것도 문제다.

시중은행들은 이제 외형 위주의 양적경쟁체제에서 벗어나 수익위주의 질적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제2금융권과의 경쟁을 이유로 구태의연한 양적경쟁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출혈의 외형경쟁이 경영의 채산성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나웅배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외형확대에서 수익성기반 확충 및 서비스개선으로 전환,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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