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선거가 예상했던대로 국민당 이등휘(리덩후이)현총통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의 국민대회를 통한 간접 선거가 아닌 첫 총통직접선거라는 데서 대만민주화의 절정으로 불려왔다.이총통의 12년 연속집권 성공은 안정유지라는 현 대만국민들의 정서가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할 것같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개된 중국측의 무력시위는 중국 및 대만의 통일전략과 목표가 어떤 것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또한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장악을 위한 미·중등 강대국의 속마음이 어떠한가를 그대로 보여준 계기도 되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하겠다.
이제 이총통은 중국과 줄다리기를 펼쳐 나가면서 국제적으로는 발언권과 활동공간확보등 대외입지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국민의 독립기운을 과연 얼마나 적절히 조정하고 수용해 나아갈 것인가가 이총통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그밖에도 자신이 대만출신인데다 비록 전체의 15%에 불과하지만 깊은 뿌리를 둔 대륙출신들과의 융화문제도 그가 감당해야 할 또다른 과제다.
앞으로 4년간 대만을 이끌어갈 그에게 현재로서 무엇보다 먼저 와닿는 것은 역시 중국과의 통일협상이다. 중국은 지난 79년 대만에 대해 「1국2제」의 통일방안을 제시한 후 내년의 홍콩반환만 완수되면 곧바로 그 실현을 위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 강택민(장쩌민)주석의 체제유지와도 직접 관련되어 있어 전략에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장담이다.
그러나 이총통의 대만은 경제협력과 교류등 비정치적인 것은 여전히 지속하되 유엔재가입등 국제적인 입지확대에 주력하면서 1국2정부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총통의 국민당은 독립을 표방하고 있는 제1야당인 민진당과의 제휴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측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중·대관계 체제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앞으로 양측간에 어떠한 일이 돌출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중국측으로부터 군사훈련 연장설이 나온 것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라는 것이다. 이총통의 국정운영과 대외정책 결과에 따라서는 이번과 같은 사태들이 재발되면서 미·중간의 알력과 일본, 동남아국가들의 군비확장등 국제환경과 안보질서의 변화까지도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같은 상황들에 대비한 다각적이고 면밀한 대책수립 필요성이 이번 선거가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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