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전 일본 닛코(일광)의 윤왕사를 참배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일행은 점심공양을 대접한 일본의 마이쓰미(진천)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돈을 너무 과용하지 않았느냐고 걱정했다. 스님은 『그래도 이렇게 쓰는 돈이 외국으로 나아가지 않고 일본 내에서 돌게 되니 다행입니다』라고 대답, 우리를 감동시켰다. 이 절의 다른 스님에 따르면 마이쓰미스님은 외국에 나가도 기념품으로 볼펜 한 자루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토록 철저한 일본인의 자국경제보호주의 관념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성직자들이 철저히 수범을 보이고 있는 사실에 『일본이 잘 살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일이 생각난다.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마카오에 도박하러 다니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 가는 것이 아니고 30, 40대 직장인들이 도박에 홀려 추석이나 설연휴에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는 초라한 행색으로 돌아온다는 보도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갈수록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의 도박장에 정신없이 돈을 갖다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서는 『잘못 들어온 돈은 역시 잘못되어서 나간다』고 하였다. 도덕성에 기초하지 않은 부와 경제활동은 끝내 자기재산이 될 수 없으며 3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도박은 백해무익한 것이며 패가망신할 노름이다. 더구나 해외에서의 도박행위야말로 국익을 저버린 망국행위이다. 도박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심할 땐 타락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부자일수록 덕을 베풀고 근검절약해야 함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그래야만 조상의 가업을 지켜갈 수 있다고 자손들에게 가르쳐왔다. 아무리 황금만능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럴수록 정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도원 천태종 총무부장>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