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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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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인 선거의 생명은 평등성 보통성 직접성 비밀성에 있다. 이중 어느 한가지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민주적 선거의 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과거의 소련과 동구공산권처럼 북한도 헌법6조에서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한 선거」를 규정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비밀투표 얘기는 전혀 없다. ◆『이곳의 선거는 실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선거운동도 없고 단 한장의 포스터도 없다. 선거 전날부터 시작되어 투표일 종일 벌이는 춤과 노래파티속에 주민들은 투표장에 간다. 단 한명의 후보가 기재된 투표지를 넣는 것이 곧 투표다. 반대할 경우 ×표를 하게 되어 있으나 누가 감히 반대하겠는가』 1990년 4월22일 실시된 제9기 최고인민회의대의원 선거를 참관한 제임스 커튼교수(호주국립대)의 술회다. ◆그는 선거후 1백%투표에 1백%찬성으로 가장 민주적인 선거였다는 북한측발표에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이런 북한이 지난 48년간 남한의 각종 선거때마다 「고약한 습관」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단 한번도 조용하게 구경한 적이 없다. 선거를 남한사회의 교란과 정권전복의 선동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북한의 선거투쟁은 『각계의 애국민중이 불퇴전의 의지를 가다듬고 총선투쟁에서 봉기해야 한다』며 반정부·반여당선동과 선거분위기 교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한국내 지하당으로 날조하고 있는 「민민전」명의로 24개 투쟁구호를 발표했는가 하면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정권타도와 함께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 투쟁을 벌이라고 연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판에 박은 교란선동에 귀를 기울일 국민은 없지만 극심한 식량난·경제난 속에서도 틈만 보이면 흔들려고 하는 저들의 「못된 습관」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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