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공화국 1,000년 역사 추적/“성자는 필쇠” 역사의 순리 일깨워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이야기」(한길사간)는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 1,000년을 다룬 이 책은 재미면에서 보면 일류 소설이요, 역사적인 사실면에서 보면 웬만한 역사책을 능가할 정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452년 아틸라를 피해 섬으로 도망한 베네치아사람들의 삶과 꿈을 다루고 있다. 약 1,000년의 세월동안 공화제를 지키면서 영화를 누리던 베네치아는 1797년 나폴레옹의 말발굽 아래에 사라져 간다.
나나미는 한 나라의 흥망에 대해서 「성자는 필쇠라. 성한 자가 반드시 쇠함은 역사의 순리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찾아볼 수 없는 역사의 순리이다. 그것을 막을 길은 없다. 사람의 지혜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쇠퇴의 속도를 가급적 더디게 하고 되도록 뒤로 미루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역사에 접근하는 태도는 다른 학자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가능한 한 저자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미리 역사를 심판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역사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해 나가면서 독자들 스스로 흥망성쇠를 진단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베네치아는 아주 조그만 도시국가로 출발해서 공화정이라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였던 나라이다. 이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그들은 뛰어난 뱃사람과 우수한 항해꾼들을 많이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정합자회사(콜레긴차)」라는 회사제도는 풍부한 자본의 확보와 위험분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주식회사의 원형이라고나 할까.
이같은 성공의 요인들을 가능하게 하였던 보다 근본적인 원천은 어디에 있었던가. 이는 철저한 개인의 사적 재산권의 확보에 있었다. 베네치아 정부는 장사꾼들의 활력을 억누르는 일이 없었다. 권력 역시 공화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장사꾼들의 사적 재산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유지되었다. 특히 베네치아 국민이면 누구든지 해양무역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대상인들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던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야말로 국가라는 조직에 상업을 운영하는 원리를 적용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국가경영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베네치아 이야기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개방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귀중한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한국경제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