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90년대의 석유라고 한다. 세계적인 물기근 시대의 도래가 예고되면서 물기근이 석유파동이나 에너지 고갈보다 더 심각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유엔은 21세기 들어서면 물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세계은행은 21세기 전쟁의 도화선은 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인구 폭증과 급격한 도시화, 공업화로 중국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광범한 지역은 이미 물기근 상태에 들어갔다. 세계은행은 아시아의 갈증은 태평양의 세기를 맞고 있는 이 지역에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도 물부족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1년 이후 전국적으로 물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용수예비율이 93년 기준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국 규모로는 다소의 예비용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나 지역적으로는 만성적인 물기근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이 많다.
울산 포항 등 해안공업도시는 물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막심한데 울산지역의 경우 용수부족으로 인한 가동률 저하가 연간 15∼30%, 경제적 손실이 연간 2조4천억∼4조8천억원에 달하며 이 지역 제조업체의 68.9%가 공업용수의 절대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남부지역의 만성적인 가뭄과 전국 규모의 수질악화, 생활용수 농업용수의 부족 등등 물문제는 광범하고도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을 약간 상회하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연간 3천톤으로 세계평균의 10분의 1 이하인 수자원 빈곤 국가다. 또 연도별 지역별 계절별로 강수량에 차이가 극심하고 변화의 폭이 커서 수자원 관리가 매우 어려운 나라다. 게다가 1천2백67억톤의 수자원을 홍수유출과 지하침투 증발 등으로 대부분 유실하고 사용 가능한 평시 유출은 2백30억톤에 불과하다.
물에 대해서는 자원도 빈약하고 정책도 빈곤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물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일이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강조되고 있으나 정부시책과 국민적 실천으로 연결되는데는 아직 거리가 먼 느낌이다.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수자원 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댐건설과 하천관리 치산녹화와 절수대책등 물에 관련된 모든 기능을 통합해서 일관성을 갖고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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