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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세계자연유산 등록해야 하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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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세계자연유산 등록해야 하나:1

입력
199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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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관광명소로 격상 계기”/추진경위·배경/희귀·특산식물보고 지정 무난할듯/외국인발길 늘어 지역경제 큰 도움설악산의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문화체육부 속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역환경단체등 등록찬성측은 자연보전 홍보효과 기금지원등을 들어 찬성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속초시 속초시의회 속초시번영회등 반대측은 지금도 국립공원지역으로 묶여 각종 제약을 받고있는데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재산권 행사와 개발등에 이중삼중의 제약을 받게 돼 지역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 주장과 추진경위 배경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세계문화유산협약)」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자연유산을 파괴와 훼손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72년 제정됐다.

유네스코는 이 협약에 따라 가입국(현재 142개국)의 문화·자연유산중 인류가 공동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선정, 엄격한 심사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유산지정작업은 유네스코산하 21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전담한다. 협약가입국이 지정신청을 하면 세계유산위원회의 전문위원회와 집행이사회는 현장실사를 포함한 몇 차례의 심의·평가작업을 거쳐 해당유산의 평점을 매긴다. 여기에서 합격점수를 받은 유산은 해마다 12월 열리는 유네스코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등록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설악산은 지난해 10월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신청돼 올해 12월 유네스코총회의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설악산 일대에는 1,000여종의 식물이 있고 이중 나도바람꽃, 난사초등 희귀식물 19종과 흰금강초롱등 특산식물 15종은 설악산에서만 발견된다』며 자연유산목록등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또 자연유산목록에 등재될 경우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자연유산으로 등록되면 설악산은 국제적 명소로 위상이 격상돼 지역경제에도 크게 유리하다.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유산협약은 또 유산보호능력이 없는 나라를 돕기 위해 「세계유산기금」(WHF)을 운영, 등록국가에 기술·재정적 원조를 해준다.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해 세계적 전문가들이 문화재나 자연유산 보호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기도 한다. 자연보전을 위한 과학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로선 자연유산의 보호와 보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변형섭 기자>

◎지정문화재 현황/문화·자연유산 2종류 101개국 443건 달해/한국,작년 3건 첫 등록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자연유산은 현재 101개국 443건에 이른다. 나라별로는 인도가 21건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 20, 미국 17, 독일 15, 중국·영국 각각 14, 캐나다 9, 브라질 7, 일본 5건등의 순이며 한국은 지난해 12월9일 석굴암과 불국사, 팔만대장경판 및 판고, 종묘등 3건을 처음으로 등록했다.

설악산과 같은 자연환경은 자연유산으로 분류된다. 세계자연유산에는 54개국의 114건(문화·자연복합유산 16건 포함)이 등록돼 있다. 세계유산협약 제2조는 자연유산을 「물리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로부터 이룩된 자연의 기념물로 심미적 또는 과학적으로 현저하고 보편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옐로스톤(78년 등록) 그랜드 캐니언(79년) 레드우드(80년) 맘모스동굴 국립공원(81년)등이 등재돼 있고 중국은 태산(87년)과 황산(90년)이 올라 있다.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는 킬리만자로 국립공원(87년)과 셀로스 야생동물보호지역(82년), 호주는 대산호초군·월랜드라 호수지역(81년)이 지정됐다.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화산섬지역·자바 우중클론 국립공원(91년), 일본의 옥구도·백신산지(93년)등도 세계자연유산이다.<이상연 기자>

◎찬성기고/개발제한 강화 우려는 오해/설악산 47%만 해당 재산권 피해없어/되레 자연보호 기술·재정적 지원혜택/백승길 국제박물관협 한국위원장

설악산의 세계자연유산 등록문제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갈등은 한 마디로 지방정부의 오해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유네스코의 「세계문화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세계유산협약)」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중앙정부의 잘못도 크다. 우리 정부가 72년 제정된 이 협약에 가입한 것은 88년. 우리는 지난해 종묘, 불국사와 석굴암, 팔만대장경판 및 판고가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재되면서 가입 7년만에 회원국으로서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국제사회에서 뒤늦게나마 인정받게 된 것이다.

세계자연유산목록에 등재되는 것 역시 국가적으로는 대단한 자랑거리다. 등재요건은 우선 심미적으로 수려한 것, 과학적 견지에서도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하며, 보전의 관점에서 멸종의 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여야 한다. 설악산은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이 많은 귀중한 자연유산으로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그런 점에서 설악산이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돼 국제적 평가를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등록반대를 주장하는 의견을 종합해보면, 속초시 전체면적의 53%가 자연공원법과 국립공원법등에 의해 개발이 제한돼 있는 마당에 자연유산등록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계획을 더욱 규제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세계유산협약에는 개발이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유네스코는 이 조약에 가입해서 등재를 받은 문화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기술·재정적 지원을 한다. 유산의 보호를 위해 해당국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하며 필요시에는 국제적 협력을 약속하고 있다. 또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되면 미국의 옐로스톤이나 그랜드 캐니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중국의 태산처럼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자연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설악산국립공원 전체면적의 47%에 불과한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설악산이 자연유산으로 지정되더라도 사유재산권이 제약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공원법을 완화하고 국립공원구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것과 국립공원 관리권도 광역자치단체로 이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법을 개정해서 해결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자연유산등록 움직임을 막을 구실이 돼서는 안된다.

특히 지난해말 강원도의회의원들이 설악산 자연유산지정 반대서한을 연기명으로 유네스코와 유엔에 제출하고 심지어 파리 유네스코본부를 방문, 서한을 제출한 일은 외교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유네스코를 상대하는 당사자는 대한민국정부이지 강원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서신을 받은 유네스코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주재 한국대사관도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정부에게도 할 말은 있다. 관련 보도를 보면 문화재관리국이 「극비리」에 지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주민의 반발이 거세진 느낌이 없지 않다. 문화재관리국이 문화유산목록 등재를 위해서 했던 것처럼 자연유산의 지정도 공개적으로 추진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이런 반대를 예상하고 자연유산의 등록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홍보하고 알렸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문제는 모든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홍역인데 이 홍역을 지혜롭게 넘기는 나라는 끝까지 웃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울 것이다. 이 좁은 땅에 사람은 많은데 늦기 전에, 그리고 할 수 있을 때에 조금이라도 더 보전하는 것이 자손만대에 남겨줄 진정한 유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약력

▲64세

▲서울대 영문과

▲코리아타임스 기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부장

□이래서 찬성한다

◎개발앞세운 자연파괴에 경종 기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보전가치가 높은 생태지역임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다. 따라서 문체부가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20개 국립공원들이 갖가지 명목으로 마구 파헤쳐지고 심지어 해상국립공원에는 기름유출사고가 잇따르는데다 서해안의 경우 간척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설악산은 국민이 가장 많이 찾고 아끼는 소중한 명산임에도 케이블카를 만들고 진입로를 설치하려 하는등 파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자연유산등록은 전체 국립공원 보호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행되는 산림파괴행위에도 경종을 울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우리 국토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등록이 이루어져 우리가 보유한 자연생태계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최예용 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

◎명성 지키려 생태계보전 더 힘쓸것

설악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나 중국의 태산 황산처럼 세계적인 명산이 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와 국민의 위상은 물론 설악권 주민의 위상도 높아지게 된다.

그뿐아니라 그 명성을 지키려는 의식때문에 가꿈과 보호정신이 한층 더 높아져 설악산의 생태계가 잘 보전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외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 것이고 이들이 뿌리고 가는 관광수입도 많아질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다 하더라도 대상지역은 설악산 일대 전체가 아닌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내에 한정돼 대부분 주민들의 생활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개발이익을 노리는 소수와 개발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주민들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고 본다.

이런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설악권 주민가운데 일부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이성선 시인·고성군 토성면 동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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