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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파업 피했다지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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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파업 피했다지만(사설)

입력
199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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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위기에 몰렸던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등 6대도시 시내버스의 노사가 임금인상 교섭에 합의함으로써 버스파업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서울시내버스의 노조와 사용자측이 파업돌입 1시간전인 20일 새벽에 임금인상 수준을 총액기준 9.4%선에 합의해, 버스파업을 막은 것은 물론 5대도시 노사의 임금인상타결에도 선도적인 역할까지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그러나 해마다 하는 시내버스의 임금인상 교섭이 연례행사처럼 매번 파업 일보전에 가서야 타결되는 비이성적인 협상과정 및 관행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악습이 되풀이되는 데는 당사자인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시·도 등 지자체 모두에게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번 교섭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서울시내 버스노조가 협상안으로 제시한 기본급 14.8% 인상과 상여금 1백%포인트 인상요구는 실현가능성 없는 것이었다. 총액기준으로 23% 이상을 올려달라는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는 타협의 여지를 그만큼 적게 해 협상을 시작부터 극한대립으로 몰았던 것이다.

사측의 잘못도 있다. 시내버스가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근무환경이 가장 열악한 운전기사들의 처우를 도시근로자표준생계비의 90% 수준밖에 못해 주고서야 사용자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우리의 시내버스 요금이 외국도시에 비해 턱없이 싸고 원가에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도쿄(요금 1천7백20원·보조 16%) 런던(요금 1천4백40원·보조 33%)에 비하면 5분의 1내지 4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요금만 올려 시내버스 적자를 해소한다는 발상은 실현성이 희박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시내버스의 연례행사같은 파업위협의 또다른 근본원인으로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대증요법적인 버스요금 인상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과거인상요인을 인정하면서도 「물가억제」란 명분에서 요금을 현실화해 주지 않아 버스적자 경영을 악화시켜 왔고 그래서 버스요금행정은 땜질식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 못할 현실이다.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시내버스가 경영합리화로 「시민의 발」구실을 다하게 하려면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수적이다. 더 이상 시내버스를 사 기업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요금현실화를 해줘야 하고 시민부담을 고려한 요금인상부족분에 대해서 정부가 세제혜택과 지원금을 주는 직접 보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또 차고지 확보 지원과 버스전용차선 확대실시등 간접지원대책도 병행, 만성적자가 파업의 원인이 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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