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따로 없다. 출퇴근 시간의 신도림역이 바로 그렇다. 폼과 대합실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넘쳐난다. 떠밀려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전철을 탄 사람이나 타려는 사람이나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체념의 한숨만 내쉴 뿐이다. 추락 및 압사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신도림역의 공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도림역은 그동안 수원과 인천에서 오는 국철 1호선과 지하철 2호선 및 그 지선인 신정지선의 환승역으로서도 그 역할이 벅찼다. 하루 5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차를 갈아타기 위해 밀치고 당겨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당국은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일 개통된 지하철 5호선이 신정지선과 연결됨으로써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로써 신도림역의 승객이 5만∼10만명 정도 늘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20일 아침 지하역에서 지상으로 빠져나가는 데만 5∼10분 걸렸다. 지상의 1호선과 지하의 2호선을 타려는 사람이 좁은 계단에서 부딪쳐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밀치기를 했다.
신도림역은 하루 국철이 5백91회, 지하철 2호선과 신정지선이 2백회 등 도합 7백91회의 전철이 통과한다. 이 많은 전철이 실어나르는 승객을 넓이 7백63㎡의 지하대합실과 각각 3천3백60㎡의 지상의 2개 폼이 처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역이 너무 좁은데다 지하철과 지상철이 동시에 통과하는 역의 특수성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어느 곳보다 높다.
그나마 역의 관리도 이원화해 있다. 국철 1호선은 철도청 신도림역장이 관리책임자이고 지하철 2호선 및 신정지선은 지하철공사의 역장이 따로 있다. 관리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역의 상황은 항상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데도 안내방송 외에는 뚜렷한 대비가 없다. 중요한 환승역을 이처럼 좁게 설계한 단견도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문제점이 제기됐는데도 이를 방관한 당국의 태만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는 지하철 5호선의 영등포구간이 개통돼 승객이 분산되는 것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실정이다.
하루빨리 신도림역 확장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이외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공사를 이미 시작했어도 늦은 판인데 아직 뚜렷한 확장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질서요원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 몇명의 증원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이것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서비스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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