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봉우리에 둘러싸여 골마다 신통력이 감도는 임꺽정의 활동무대안성 칠장사는 잘생긴 일곱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죽산이나 광혜원쪽에서 찾아가다보면 새삼 서울근교에 이렇게 깊은 산골짜기와 수려한 산세가 있었나 할 정도로 눈이 열린다.
풍수지리상 왕손이 나온다는 금계포란형의 명당이 있어 세도가들로부터 시달림을 받아 무인지경이 된 적도 있었지만 칠장사는 무명의 도인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곳으로 유명하다. 절입구 산기슭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14기의 부도들이 인상적이다. 절주변에는 이런 석종형 부도가 모두 47기에 달했다고 한다.
도인들의 발길이 끊어질때면 어김없이 이 골짜기는 도둑떼의 소굴이 되곤했다. 칠장사에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려 문종때 죽산출신으로 왕사에까지 올랐던 혜소국사가 만년에 입산처에서 열반하겠다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때 광혜원에서 활동하고 있던 일곱악당이 자신들의 근거지에서 혜소국사를 쫓아내기 위해 절로 쳐들어 왔다. 그런데 샘가에 금으로 만든 바가지가 있는 것을 보고 욕심이 나 물을 마시는 척하다가 훔쳐왔는데 집에만 갖다놓으면 감쪽같이 사라져 다시 샘가에 있기를 반복했다. 이를 본 일곱악당은 혜소국사의 신통력에 감복하여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었으며 3년만에 크게 깨우쳐 현인이 되었다고 한다.
혜소국사 부도와 탑비옆 나한전에는 바로 이 일곱현인의 화신인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이 나한상들은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애기모습으로 형상화했고 과거시험에 급제하는데 영험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삼남의 선비들은 꼭 조청으로 과자를 만들어 와 이 애기 나한님의 품에 안겨주었고 과거에 급제했을 때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한양에서 과자를 구해와 바치곤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칠장사는 인목대비가 비명에 간 영창대군과 친정아버지의 원혼을 달래던 원찰이었고 임꺽정 활동무대로 벽초 홍명희의 소설속에 소개됐다는 점 때문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가는 길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진천가는 버스를 타고 죽산 지나 칠장사입구에서 내린다. 걸어서 30분정도.<이형권 역사기행가>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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