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농업의 흐름 국내전달창”/작년 4월 농촌문제 관심가진 80여명 뜻모아 창립/“곡물선물시장도입·한국적 농업구조 조정 등능동적으로 대처하면 국제경쟁 이길수 있어”농업이 점점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리고 있는 요즘, 머나먼 이국땅에서 국내 농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시카고의 「한미농촌문제연구회」(회장 최창수)를 숱한 교민단체들 가운데 하나로 넘겨 지나치기 힘든 이유도 그때문이다. 『농업선진국인 미국내 한인 농업전문가들을 조직화해서 세계농업의 흐름과 신기술을 고국농민들에게 소개하고 정책방향에 도움을 주는 가교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연구회의 발족과 운영에 핵심역할을 해오고 있는 이근무부회장(53)은 연구회의 설립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미농촌문제연구회가 태동한 것은 2년전. 세계 곡물교역의 중심지인 시카고 지역의 교포들 가운데 최회장과 이부회장등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농업전공학자, 식품업 무역업 종사자같은 농업관련자는 물론, 목사 자영업자등 직업에 관계없이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80여명에 이르렀다. 1년동안 70여차례의 모임이 이어진 끝에 지난해 4월 미국내 첫 교포 농업연구단체로 한미농촌문제연구회가 문을 연 것이다. 창립총회에서 소논문 「쌀수입개방에 대한 전략적 대처」를 발표했던 이씨는 두번째 총회를 눈앞에 두고 이번에는 「95년 쌀교역현황」자료를 발표할 계획이다. 『가장 새로운 자료를 통해 세계쌀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국내농민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시카고 한인무역인협회 회장이면서 연매출 350만달러 규모의 곡물무역회사 「오버시스 머천다이징」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특히 곡물선물거래와 관련해서는 한인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 국내 농업상황에 이야기가 이르면 표정이 답답해지고 말이 많아진다.
이씨는 『정부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이 농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은 곡물수급에 대한 정보나 지표가 부족하고 생산자가 위험을 분산회피할수 있는 선물거래시장 같은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금융선물분야는 그나마 배우려는 한국인들이 시카고에도 꽤 와있지만 곡물분야는 아예 방치상태』라며 『이래서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 국제곡물수급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씨는 건국대학 축산과 재학시절 전국농과대학 학술심포지엄에 참가, 농업경제및 정책부문에서 농산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졸업후에는 덴마크 정부초청으로 마링농대에서 육종부문을 공부했다. 곡물시장구조를 더 공부하기 위해 시카고를 찾은 그는 75년부터 실무현장에 뛰어들면서 학교를 떠났지만 농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의 농업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한국적인 농업구조를 개발하면 충분히 국제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이 세계곡물시장중심지 시카고에서 25년간을 살아온 이씨가 내리는 결론이다.<시카고=김준형 특파원>시카고=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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