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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없는 뉴욕거리(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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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없는 뉴욕거리(프리즘)

입력
199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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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15번의 눈폭풍이 몰아치며 사상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던 뉴욕에도 봄은 왔다. 한국인들은 「입춘대길」을 써놓고 일찌감치 봄을 맞지만 좀 굼뜬 미국인들은 춘분인 20일을 공식적인 봄의 시작으로 친다.봄이 오면 정형화한 유행들이 일시에 명동거리를 메우는 서울의 봄에 익숙한 기자에게 뉴욕의 봄은 덤덤하기만 하다.

「올봄은 분홍」 「올봄은 연두」하는 식으로 색깔부터 「올해의 대표색」들로 물갈이를 했던게 서울의 봄이었다.

봄되기만을 벼르고 있었다는 듯 한껏 맵시를 자랑하는 멋쟁이 여성들의 옷모양새도 남들이 배꼽을 보이면 다들 배꼽을 자랑했고 치마길이도 일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의견일치가 기가 막혔다. 신발에서 입술색깔까지도 찍어놓은 듯 획일화한 화려함이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뉴욕 여성들의 차림에서 올봄 유행의 공통점을 뽑아내기가 힘든 것은 기자의 유행감각이 무뎌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면서 비닐백에 사무실근무용 구두를 싸들고 다니는 옆사무실 아가씨는 봄이 와도 편한게 제일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쇼핑가인 5번가, 사무실지역 파크애비뉴, 젊은이들의 집합소 그리니치빌리지 어디서고 개성보다 유행이 앞선 옷차림을 찾기 힘들다. 예외는 있다. 코리아타운 근처에서 예외를 찾을 수 있다.

비슷비슷한 색깔과 모양의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동양여성들은 엊그제 케네디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국사람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한 한국여성이 구두가게에 갔더니 미국인 종업원이 두말않고 S사 제품코너로 안내를 하더란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사람들은 다 이 구두만 신는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획일화한 한국식 유행은 미국에도 정평이 나있는 것이다.

올봄에도 어김없이 소매없는 원피스, 모택동(마오쩌둥)모자, 번쩍거리는 비닐옷차림으로 거리를 메울 자칭 첨단멋쟁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구상에 있는 것치고 없는게 없다는 최첨단도시 뉴욕거리엔 획일화한 유행이 없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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