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용어 써가며 가끔씩 팔짱/궁지 몰리자 “처벌받으면 되지”『하나회 회장입니다』
12·12 및 5·18사건 2차 공판이 속개된 18일 하오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낮지만 힘이 실린 듯한 이 한마디에 법정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나회를 아느냐』고 물었던 김상희 부장검사도 순간 당황한 듯 『방금 하나회 회장이라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방청석에서는 공판진행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감지한 듯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검찰은 전씨가 12·12를 치밀하게 모의했음을 조목조목 파들어 갔고 전씨는 예상대로 공격적으로 대답했다.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몸과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거나 팔짱을 낀 채로 「할테면 해보자」는 식이었다.
전씨는 재임시절의 버릇대로 「본인」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면서 답변해 나갔다. 간간이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신문내용을 바로 잡아주기까지 했다. 이날 공판의 핵심쟁점이었던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 강제연행 배경에 대해서는 검찰의 신문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당시 군의 명령체계를 길게 진술했다. 전씨는 그러나 10·26사건 이후 군부내 동향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변호인 반대신문때 말하는게 좋겠다』고 미루었다. 첨예한 논쟁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 나갔다.
대답이 막힐 때면 전씨는 거침없이 번복하거나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여유를 보였다. 89년 국회청문회에서의 답변에 대해 『남이 써준 것을 읽었을 뿐』이라고 당시의 답변내용을 부인했고, 검찰이 이에 『재판정에서의 진술도 번복하는 것 아니냐』도 되묻자 『그러면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12월12일을 거사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머리가 나빠서 무슨 일을 할 때면 꼭 겹치는 날을 선택한다. 월남전에서의 작전날짜 선택도 그랬고 12대 대통령 취임일도 3월3일이다』라고 대답했다.
검찰이 『이학봉 피고인이 12월12일의 신촌모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는데…』라고 묻자 『그사람이 입이 싸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경복궁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 분(피고인)들은 나쁘게 말하면 나에게 속아서 30경비단에 온 것이고 좋게 말하면 나를 좋아해서 왔다. 지금은 일이 이상하게 꼬여서 법정에 서있지만…』이라고 핵심을 비켜 갔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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