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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증후군(4·11 신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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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증후군(4·11 신기류)

입력
199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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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도 공무원도 “안개속 행태”/유권자­금품수수 죄의식·투표기준도 다양/공무원­지자제 본격화따라 개입여부 모호/후보들 “선거운동 어떻게” 곤혹 15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이번 선거의 특징을 물어보면 대부분 『도대체 중심을 잡기가 힘든 선거』라고 말한다. 『유권자의 의식 행태 투표성향이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해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애로가 많다』는 얘기들이다. 과거의 정치문화가 60, 70년대의 경제발전이후 태어난 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정치문화로 바뀌는 과정에 있기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이같은 「과도기적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후보들이 지적하는 「과도기적 현상」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유권자에 관한 부분이다. 우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행태에 대해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13·14대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한 야당후보의 얘기는 이에 대한 좋은 실증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금품이나 향응을 요구하는 유권자, 자진해서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후보들이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런 행위를 하는 후보나 유권자 모두 상당한 「죄의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유권자들은 「비록 우리가 대접은 받지만 표하고는 상관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결국 유권자나 후보 모두 새로운 선거법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상태에 놓여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연 무엇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느냐』는 유권자의 투표성향도 지극히 과도기적이어서 후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3·14대선거때만 해도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최대변수는 학연 지연등의 각종 연고였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양상은 이와 다르다는게 후보들, 특히 수도권 후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주의 인물 지역이해 집단이해등 유권자의 성향이 워낙 다변화해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맞추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14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출마인 수도권의 한 여당후보는 『지난 선거때는 유권자들이 지역 세대 인물 정책의 순으로 후보를 고르는 경향이 뚜렷했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는 이같은 선택기준들이 엇비슷한 비중으로 혼재해 있는데다 지역·집단이기주의까지 가세해 과연 무엇을 좇아야할지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그런가하면 야당측에서는 공무원, 관변단체등의 선거개입문제에서 또다른 「과도기적 증후군」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과거 여권에 도움을 줬던 공무원, 관변단체등이 전면적인 지자제실시탓인지 이번에는 선거개입여부를 놓고 한쪽 발은 담그고 한쪽 발은 빼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선거현장의 각종 과도기적 현상을 반영하듯 각 정당의 선거전략도 다원적이고 과도기적이다. 여야의 주공략계층이 서로 중첩돼있고 각종 주장의 구분도 모호해 여당에게선 야당같은, 야당에게선 여당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처럼 이번 선거가 과도기적 증후군을 보이게 된 첫째 이유는 통합선거법제정으로 바뀐 선거환경에 후보와 유권자 모두 아직은 적응하는 과정에 있기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세대교체 헌금공방 색깔론등 선거이슈가 종래 여야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전개되는 까닭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선거는 가깝게는 15대 대선, 멀게는 16대 총선에서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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