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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봄맞이 하나/유승호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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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봄맞이 하나/유승호 경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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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봄을 맞아 변화를 찾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자신부터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한은 창립후 46년동안 비밀문서로 간직해왔던 금통위회의록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금통위는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의 사령탑이면서도 정부정책에 사인만 하는 「거수기」란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통과위원회」란 비아냥도 들었고 권위만 있고 책임은 없는 옥상옥이란 말도 들었다.

한은이 속수무책으로 터지는 사고의 원인을 쉽게 찾지 못한 것은 본질적인 것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이경식총재가 회의록공개를 통해 한은의 「머리」인 금통위 개혁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

한은이 제자리를 차지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없지 않다. 금통위원 9명중 의장(재정경제원장관 겸임)을 제외하고도 5명을 정부가 추천하도록 돼있다. 당연히 정부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다. 또한 위원들은 분석조직도 없다. 비상근이어서 1주일에 1∼2시간 「짬을 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골간인 통화신용정책이 중견교수들의 「아르바이트」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자신들의 소신과 고민을 낱낱이 알리는 것이다. 경기논쟁이나 구제금융등 주요사안에 대해 어떤 위원들이 대학강단등에서 역설했던 소신을 지켰는지, 정치논리에 굴복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설사 국민이 반대하는 물가인상도 그들의 고민과 논리를 보여줌으로써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된 곳에 「가짜 권위」가 버틸 수 없고 금통위와 한은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금통위는 『개별 위원의 발언요지가 공개되지 않고 두루뭉수리한 요약본이 공개될 경우 의미없는 일』이라는 금융계의 반응이 기우임을 이번 기회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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