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통한 이미지 결합으로 명성/기록영화 데뷔… 「화이트」 등 남겨13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크지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55)은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와 유럽의 거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69년 「궤도사진」이란 기록영화로 데뷔한 그는 70년대에는 바람 잘 날없는 폴란드의 사회를 그렸고, 80년대는 종교적 주제에 집착, 모세의 율법인 10계명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스며드는지 하나하나 영상으로 정리해 나갔다.
이념이 무너진 90년대에는 프랑스, 나아가 유럽인들의 이념적 상징인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가지 이념을 주제로 한 삼색시리즈인 「블루」「화이트」「레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이 세가지 이념의 부활을 우울하고 비관적으로 얘기한 이 시리즈는 그에게 베니스영화제 대상(93년·블루)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감독상(94년·화이트)을 안겨 주었다.
「레드」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 힘이 없다』며 은퇴를 선언한 그의 영상언어는 독특하다. 그가 젊은 시절 열중했던 다큐멘터리의 감각이 모든 영화속에서도 섬세하게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41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그는 불우한 어린시절 때문에 한때 신부가 되려고도 했다. 그가 「공장」「병원」「기차역」등에서 보여준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특정 색깔로 창조되는 이미지의 결합 등은 그의 영화에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지난해 가을 뒤늦게 국내 개봉된 89년작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TV연작인「십계」중 「간음하지 말라」편을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것이다.<이현주 기자>이현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