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대학원 중심대 현행법선 불가능/조직개편·재정·인사도 자율에 맡겨야「서울대학교법」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국가의 학문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필수 불가결하다」는 서울대측의 입장에 대해 국공립대와 대부분의 사립대는 『대학의 균형 발전과 건전한 경쟁여건 조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교수 설문 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내달께 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법은 법안의 확정여부를 떠나 이미 공론화한 상태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서울대는 교육법과 동시행령 제59조의 규정에 따라 제정된「서울대학교 설치령」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설치령 하에서는 대학의 재정·인사 자율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 또 서울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연구중심·대학원중심 대학의 핵심 토대인 학교조직의 개편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약을 없애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자는 것이 서울대가 서울대법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서울대법의 연원은 91년 총장 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행 교육법이 대학의 운영·관리·예산 집행에 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당시 김종운 전총장이 신입생 선발권 등 대학자율권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다. 이후 특수법인화안을 거쳐 지난해 3월 이수성 전총장의 취임때 촉발된 법 논의는 지난달말「서울대법 제정에 관한 연구」라는 100여쪽에 이르는 최종보고서로 구체화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법은 서울대의 지위와 독립성을 명시한 「서울대학교 설치법」과 운영방안인「시행령」「특별회계법」등 3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법안의 핵심내용은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교육·연구·행정조직의 개편과 이를 위한 인사·재정의 자율성 확보이다.
서울대법은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세부사항으로 ▲학부축소 ▲학사교육원 설치 ▲연구소·대학원 결합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행정조직 개편 ▲학술정보원·민족문화원의 건립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특별회계법은 서울대 재정의 확충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에 해당한다. 현재 재정자립도가 33%에 그치고 있는 서울대로서는 국가의 일반회계를 통해 인건비와 시설비 등 기본경비를 충당하고 자체적으로 확보한 수익금은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Not Only, But First」(혼자가 아니고 먼저)를 강조한다. 『서울대가 특권적 지위를 누리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대학의 평준화는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만큼 서울대가 조금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최윤필 기자>최윤필>
◎외국의 사례/일 국립학교 설치법·영 케임브리지대법 대표적/대학 설립·운영 법에 따라… 자율성 최대 보장
미·일·독·불 등 선진 외국의 유수 국공립대학들의 설치, 조직, 운영, 재정 및 육성에 대한 사항은 대부분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상황이 다른 외국의 경우를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우리 대학처럼 법률이 아닌 「설치령」에 존립기반을 둔 국가는 거의 없다.
일본의 국립학교 설치법이나 영국의 케임브리지대법(1856년 제정), 옥스퍼드대법(1854년 제정)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일본은 제국주의 시기 도쿄대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도쿄대법을 제정, 운영했고 패전직후인 49년에는 이 법을 국립학교 설치법으로 개정, 시행하고 있다. 또 64년에는 국립학교 특별회계법을 제정해 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기반을 조성, 교육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보장토록 했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 주립대법 처럼 주정부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대학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22조4항과 31조는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보장」받으며 「교육제도와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설치령」에 근거한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이래서 찬성한다/“재정지원 확충,교수·학생 학문 전념케”
교수가 되기 위해, 혹은 전문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으레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분명히 바로잡혀야 한다.
적절한 실례가 될지 모르나 이런 점도 서울대학교법이 필요한 이유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고 외국의 유명대학들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부생 정원을 대폭 줄이고 대학원은 타 대학 학생에게도 폭넓게 개방하는 가운데 학비면제 비율을 늘리고 연구활동비 지원액을 증원함으로써 교수와 학생 모두 진정 학문에만 전념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대학의 질적 발전이고 서울대학교법이 지향하는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법은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논의과정이 학내는 물론 학교 바깥에서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서울대 본부 관계자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투표까지 거칠 수도 있다는 각오 아래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 차근 법제정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박상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3>박상준>
◎“「서울대법」 타국공립대에도 좋은 선례”
서울대에 10년 동안 몸담고 있는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서울대법은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잘 알지만 국제화라는 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는 없다고 본다. 서울대가 서울대 출신만의 대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쟁력이 우리나라의 학문적 경쟁력이고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며칠전 서울대를 제외한 국공립대학 총장들이 서울대법 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총장들은 서울대법이 제정되면 정부지원이 서울대에만 집중돼 상대적으로 기타 대학의 발전이 더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정된 예산을 서울대가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대법 제정은 서울대만을 이롭게 하는 「제로섬 게임」이 결코 아니다. 서울대가 특별법을 제정해 발전하는 것이 다른 국공립 대학에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학생들이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며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열악한 현실이 서울대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이준엽 방송대 무역학과조교>이준엽>
◎찬성기고/제도 받침돼야 교육질 향상/연구기자재·시설 하나까지 정부 통제/획일적 교육법으론 대학발전 “공염불”
서울대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해방이 되면서 미군정 아래 국립서울대학교가 생기고 초대 총장에 미국 군인이 취임한 이래 금년이 꼭 50주년이 된다.
10년전, 개교 40주년이 되던 해 기념행사로서 「대중사회속의 대학」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적이 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최규원교수가 당시 강연한 내용 가운데 『군정때 보다도 문교부가 들어서면서 교수1인당 학생수가 늘어났고 「교육법」등 제도의 경직성과 함께 대학의 자율권도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생각난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강의실조차 없는 상태에서 학생을 모집하여 학사를 「양산」하던 그런 시대에는 대학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법」이 큰 몫을 했다고 우리 모두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여건은 퍽 다르다. 낡은 교육법에 묶인 서울대학교는 마치 다 자란 고등학생이 중학생 때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해 보이고 견디다 못해 옷이 찢어져 살갗이 드러나는 것 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법 뿐이 아니라 제도상의 모순으로 인한 현상은 서울대학교 건물에 들어서도 금방 알 수 있다. 정부의 평당 건축단가에 묶여 부실시공된 건물에서는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수는 관악캠퍼스 이전 당시보다 배가 늘어났다. 온수 수도꼭지에서는 한번도 온수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쓰지도 않는 온수공급 배관과 시설을 건물마다 왜 시공해 놓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이런 일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운영의 경직성 탓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양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좀 더 심각하다. 학부중심으로 짜여진 「교육법」에서는 연구용 기자재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되어있지 않다. 그나마 교육용 기자재를 도입해온 사실상의 루트였던 세계은행 차관에 의한 예산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졸업함에 따라 끊어졌다. 정규 국고예산에 의한 연구용 기자재와 시설은 고려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중심대학」의 구호만 남발되고 있다.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이제는 우리나라 교육도 「교육법」의 옷으로 똑같이 단장하기에는 너무 성장했다. 각자가 각자에게 맞는 옷을 선택하는 최대한의 자율권이 주어져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서울대학교에 걸맞은 「서울대학교법」이란 옷을 입을 때가 되었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모여드는 서울대학교는 「연구중심」의 옷을 입어야 하며 그 지방의 산업에 맞추어 산업인력을 길러야 하는 「학부중심」의 옷을 입는 지방대학도 있어야 한다.
여건이 다른 대학들이 같은 「교육법」이란 옷을 입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발달했고 이에 걸맞게 대학도 이제는 탈바꿈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어떤 모임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퇴계선생의 독특한 인격과 학식이 도산서원을 이끌었듯 교수 하나하나가 미니서당(또는 대학)을 차리고 국가와 사회는 지원을 하면 된다.
잘 가르치는 교수는 많은 제자를 기르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구의 대가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면 더욱 번창할 것이다. 필요하면 미니 서당이 연합해 중서당을 이루고 공동의 시설이 필요할 때는 대학을 만드는 자율성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다.
지방화시대가 열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울대법은 다양화·전문화·특성화라는 신교육 체제 뿐만 아니라 세계화라는 국가적 흐름에도 적극 부합하는 것이다.
또 서울대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김제완 서울대교수·물리학과>김제완>
□약력
▲64세
▲서울대 물리학과
▲미컬럼비아대 박사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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