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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 유감/박래부 문화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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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 유감/박래부 문화2부장(메아리)

입력
1996.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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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문학작품에 또다른 장르의 옷을 입힌 것이다. 그 옷은 대부분 화려하고 향기롭다. 영화의 주제와 내용은 보통 제목으로 압축된다.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감지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늑대와 춤을」「그린 파파야의 향기」「어제 내린 비」등은 제목이 먼저 시적인 울림으로 다가와, 보고 싶은 욕구를 충동질하곤 했다.요즘은 많은 영화제목이 섬세함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외국영화 제목은 아예 번역을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 퓨 굿 맨」「토탈 이클립스」「비포 더 레인」등은 직역하는 게 더 나을 뻔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 좋은 작품들은 「소수정예」「개기일식」「비 오기 전」등으로 각각 번역될 때 영화의 주제와 이미지가 보다 선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문학적 섬세함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상업성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 놀랍다. 영화계에 따르면 『우리 말로 번역을 할 경우, 한국영화로 착각하게 되어 관객동원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홍콩의 영화들에서는 영화의 국적을 나타내기 위해 「영웅본색」「야반가성」등 고사성어 같은 제목들이 그대로 쓰이곤 한다.

한국영화도 근래 영어제목이 부쩍 늘어, 제목만 보고는 우리 작품이라는 것을 알 도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세계화」열정이 제목의 국적불명 현상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하다. 아니 국민정서상, 그리고 국어순화 라는 면에서 문제가 작지 않다고 생각된다.

올해는 문화체육부가 정한 「문학의 해」이다. 작가의 관찰과 사유는 언어의 조탁에 의해 문학이라는 집을 얻는다. 「문학의 해」는 문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문학과 언어생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올해 안이라도, 더 넓고 깊어지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더 근본적인 취지일 터이다.

올해를 거름 삼아 쓰여진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 등이 명작 영화의 탄생으로 연결되리라는 부푼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전에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우리 언어에 대한 애정과 그윽한 정서가 표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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