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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혼법 개정 목소리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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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혼법 개정 목소리 높아졌다

입력
199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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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이 원하면 “무조건 허용”… 청소년 범죄 등 병폐심각/“절차 까다롭게 고쳐서 가정 지켜야 근본적인 치유가능”폭력과 마약에 찌든 미국 사회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현행 이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현행 이혼법은 배우자의 동의없이도 한쪽이 이혼을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종교계와 보수단체들은 이같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No Fault) 이혼이 급증함에 따라 가정과 사회의 병도 갈수록 깊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혼 부부의 양산은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고 텅빈 가정은 마약소굴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또 이혼후 사회복지에 의존하는 여성이 폭증하고 있으며,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때문에 예산이 축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혼절차를 까다롭게 개정, 가정을 최대한 지키는 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69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현행 이혼법을 채택한 이후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70년에서 94년사이 이혼율은 31%나 뛰었으며 94년에는 239만여쌍이 결혼한 반면 122만여쌍이 이혼했다. 초혼부부는 절반가량이 파경하고 어린이 4명중 1명은 이혼한 부모중 한쪽과 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부분의 이혼여성들은 충분한 위자료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이혼법은 이혼을 조장한다는 비난에도 불구,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최후 탈출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혼을 뿌리로 한 각종 사회문제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가정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종교계에서 시작된 이같은 움직임은 정치권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시간주 하원은 이혼법 개정을 적극 추진중이다. 새 법안은 합의이혼외에는 간통 마약중독 상습폭행 정신적학대 3년이상의 수감등 합당한 사유를 증명해야 이혼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혼부부들에게 혼전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주도 늘고 있다. 미네소타주는 혼전상담을 거치지 않은 커플에게는 아예 혼인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을 계획이며, 메릴랜드주는 이들에게 혼인증명서 수수료를 5배이상 부과할 방침이다.

미시간주 제시 달먼의원은 『가정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도덕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들도 50%이상이 과거의 엄격한 이혼법으로 돌아가는데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혼규제 반대론자들은 이혼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가정폭력이 심화하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등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더이상 결혼생활이 힘든 부부들은 불륜등 배우자의 치부를 파헤치는 더러운 전쟁을 치러야 하며, 복잡한 소송절차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탕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혼법이 강화하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290만 가구가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결혼을 더욱 기피할 게 분명하고 그 피해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뒤집어 쓰게 된다는 얘기다. 아무튼 여권신장과 함께 사랑없는 가정의 굴레에 갇힌 부부를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환영받던 현행 이혼법은 여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악법이라는 상반된 오명에 직면해 있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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