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저지주의 한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자동차 옆부분을 받힌 적이 있다. 누군가 차를 빼다 가볍게 들이받은 것이다. 동료들은 한국에서는 1만∼2만원정도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그리 큰 돈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 수리소를 찾았더니 300달러를 달라면서 그나마 원상복구는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미국의 인건비가 턱없이 비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몰딩이 조금 떨어지고 약간 찌그러진 것 뿐인데 바가지가 아닐까 싶었지만 다른 수리소도 대체로 비슷했다.
결국 수소문끝에 차량용 접착제를 구입해 고치면서, 미국인들이 웬만한 고장은 스스로 해결하고 그게 안되면 차의 상처를 안은 채 당당하게 도로를 누비는 이유를 깨달았다.
물론 모든게 한국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일반 물가도 한국과 비교하면 혼란스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담뱃값이 꼭 같지만 이곳은 장소에 따라 한갑에 1달러 70센트에서 3달러 50센트까지 천차만별이다. 전화요금도 서울까지의 국제전화는 1분당 60센트인 반면 시내 공중전화는 25센트나 한다.
항공료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부산정도 거리인 뉴욕에서 워싱턴간 왕복요금은 320달러로 주중에는 할인혜택이 없다. 하지만 미대륙을 횡단하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주말 왕복요금은 예약하기에 따라 290달러면 족하다.
한국에서는 휴지통으로 직행하기 일쑤인 종이쪽 광고의 위력도 대단하다. 물건을 구입할 때 광고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격이 30%까지 달라지는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소비자가 스스로 이익을 돌보지 않으면 손해보기 십상인 게 곳곳에 널려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이 주어지는 미국 사회지만 그 과실을 따먹는 건 결국 소비자의 노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7월부터 열차요금을 요일별로 차등화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소비자의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