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관광객 한 두번 따고 맛들이다 중독/최근 「작은 손」들 도락모임 급증/명절·휴가 등 손꼽아 정기원정처음부터 「큰 손」도박꾼이 된 사람은 없다.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가 중독돼 도박꾼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카오와 마닐라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관광명소로 알려진 카지노 도박장을 빠짐없이 찾는다. 카지노 도박장의 현란한 네온사인과 호화스러운 실내 분위기.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은 이 광경에 누구나 호기심을 느끼게 마련이다. 호기심과 함께 일확천금의 꿈도 꾸게된다. 그러나 일단 도박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좀체로 헤어나기 힘들다는게 도박꾼들의 체험담이다.
지난해 여름휴가 기간 대학동창들과 함께 홍콩과 마카오를 관광한 이모씨는 서울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평범한 30대 회사원이었다. 마카오에서 「카지노 천국」에 발을 디디면서 그의 삶의 방식은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이씨는 카지노를 호기심으로 찾았다가 미화 2백달러(한화 약 16만원)로 블랙잭 카드게임 테이블에 앉았다. 이씨는 게임 2시간 여만에 2천달러(한화 1백60만원)이상을 따는 행운을 잡았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이씨는 강렬한 카지노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씨는 추석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다. 2명의 동료까지 모은 이씨는 「장밋빛 꿈」을 안고 다시 마카오로 향했다.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설연휴에도 다시 마카오행 비행기를 탔으나 연말 보너스는 물론 그 동안 모아온 돈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는 여름에 또 마카오를 찾을 계획이다.
한국인의 도박관광 열풍은 큰손 도박꾼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카오와 마닐라 카지노장 부근에서는 「작은 손」의 한국인들이 수없이 목격됐다. 최근들어 친목회를 구성, 3∼4명 단위로 카지노 관광을 정기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늘고있다. 이들은 벌써 카지노 도박 중독증에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지난달 회사돈을 챙겨 잠적한 지방 한 금융기관의 P대리, 고의부도를 낸 채 재산을 정리하고 해외도피한 서울의 모중소기업체 사장 K씨, 빌딩을 담보로 부도어음을 발행한 후 잠적한 부동산업자 L씨등이 바로 이런 경우다. 최근에는 주부 도박관광단도 크게 늘었다.
현지의 한인 고리대금업자와 환전소들의 유혹도 일반관광객들을 도벽에 빠지게하는 큰 요인이다. 거액 도박 관광객들과는 달리 도박장에서 판돈마련에 급급한 일반 관광객들은 현지 한인 환전소가 뿌려대는 선정적인 광고문에 손쉽게 넘어간다. 마닐라에는 최근 환전소가 10여개로 늘었다.
마닐라 교민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마닐라에는 매달 4천∼5천여명의 한국관광객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카지노 도박장을 찾고 있다』며『별 구경거리가 없는 마닐라에 유난히 한국관광객들만 급증하는 것은 낮에는 골프, 밤에는 카지노 도박을 즐기기 위해서인 것같다』고 말했다.<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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