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대는 상품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요즘 선거판을 보면 후보는 상품, 정당은 기업, 선거전은 광고전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인상은 각 정당이 유권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20대와 30대를 겨냥하여 감성과 감각에 호소하는 홍보전략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인기 탤런트까지 동원한 대형 신문광고는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를 연상시킨다.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정치가 마케팅에 흡사해진다면 과연 정치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정당이 시장점유율을 늘리려는 회사처럼 행동한다면 정당은 기업과 다른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가.
물론 정치광고와 상품광고 모두 유권자나 소비자의 선호를 형성하거나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따라서 정치경쟁을 시장경쟁에 비유하는 이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상품 선택의 피해는 대체로 소비자 개인에게 국한되지만 정치적 선택의 경우 그 폐해는 사회 전반에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적 선택과 상품의 소비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정치와 마케팅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은 이른바 감성적 홍보전에 몰두하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이 모델의 인기나 이미지 혹은 로고송의 가락에 이끌려 자기 당을 선택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들을 너무 우습게 아는 행위로 여겨진다. 설사 그들이 그런 이유에서 지지정당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만 팔 양이면 회사와 정당의 차이가 무엇인가. 기업의 이미지 광고도 궁극적으로는 질좋은 제품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듯이 정당의 홍보도 결국은 훌륭한 정책대안의 개발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대안이라 해서 자질구레한 수백개의 공약을 백화점식으로 내걸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뚜렷한 주제로 집약될 수 있는 것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세세한 공약은 개별 후보의 몫이다.
지금까지 각 정당의 선거홍보는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상대를 비방하거나 상대의 비난을 방어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고 여겨진다. 굳이 정책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대동소이하여 차별성이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지지정당의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정당간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한 이들은 숫제 투표를 포기하거나 지연·학연등 비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표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감성적 선거전략은 이런 한계를 돌파해 보려는 안간힘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가 지나치게 마케팅을 쫓아가다 보면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만 더할 뿐이다. 정치가 필요한 이유, 정치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확인시키는 선거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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