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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건강법과 역경제/방민준 경제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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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건강법과 역경제/방민준 경제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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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역건강법」이 선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역건강법이란 마음껏 먹고 마시고 난뒤 억지로 살을 빼려고 기를 쓰지 말고 적게 먹고 충분히 소화해 가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비결이라는 것이다.역건강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현대의 성인병은 모두 이 역건강법을 외면한데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 국민들은 기름지고 맛난 음식을 실컷 즐길 수 있는 대신 여기에 따른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영양 과다섭취에 따른 비만과 각종 성인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틈만 나면 조깅을 하고 각종 운동시설이 갖춰진 체육관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이들의 노력은 거의 사투에 가깝다. 그러고도 건강을 찾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건강법을 지키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운동만으로 최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역건강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심한 운동은 오히려 근육이나 뼈를 지치게 만들어 제 기능과 수명을 다할 수 없다고까지 믿고 있다.

경제도 사람의 몸과 다를 바가 없다. 극에 달한 교통적체, 기업들의 도산, 심각한 빈부격차, 각분야의 양극화현상, 대기오염, 쓰레기공해 등이 모두 성인병과 같은 경제적 폐해들이다. 기업이 턱없이 덩치만 커지면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지고 조직의 일부분이 정체돼 활력을 잃게 된다. 미국의 거대기업 IBM이 마이크로 소프트(MS)사에 밀리는 것도 덩치가 너무 큰데 따른 비효율이 주원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도 바로 주체할 수 없도록 비대해진 체구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에도 「역경제」란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고속성장 거대기업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경제관에서 벗어나 『가뿐한 경제구조』를 갖자는 것이다. 적은 원자재와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과정이나 유통·소비과정에서 폐기물이 거의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정신차릴 틈이 없는 고속성장보다는 모든 분야가 변화에 적절히 적응해갈 정도의 적정속도의 성장을 추구하고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적당한 크기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인간과 환경이 중요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진정한 경쟁력은 저에너지 저공해 저폐기물 적정근로 등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제소비자기구는 최근 상품검사때 환경에 적합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유엔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자동차제조회사의 경우 안전이나 성능검사에 합격했더라도 연비나 배기가스가 기준에 미달하면 환경부적합상품으로 낙인찍혀 상품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이 개념은 환경적으로 건전하면서 환경유지가 가능한 제품의 개발을 소비측면에서 유도하자는 것이다. 역시 「역경제」개념의 일종이다.

이미 미국등 선진국은 공해를 유발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공해유발 상품은 앞으로 수출할 수도 생산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환경산업에 진출하고 이른바 환경친화적인 상품개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조직파괴 인사파괴 경영개혁의 와중에서도 여전히 고속성장 덩치키우기 영역확대 대량생산 등 기존 경제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우리 기업들도 역경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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