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는 언제나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새로 승진해서 요직을 차지한 젊은 사람들은 세상이 온통 제것만 같고 매일의 출근길이 신바람 나겠지만, 반면 세대교체 바람에 휩쓸려 수십년간 일해 오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난 구세대들에게는 그처럼 허망하고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3김구도를 혁신한다는 명분으로 정치판에서 시작된 세대교체 바람이 어찌된 셈인지 갑자기 재벌들의 후대승계로 옮겨 붙더니, 그것은 다시 각 기업의 중역 갈아치우기로 번져 대부분 한 가정의 가장인 중년 간부직 봉급생활자들이 제자리를 못찾고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는 보도도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50∼60대는 다른 나라와 사정이 좀 다르다. 전쟁과 가난과 군사독재의 암흑시대를 헤쳐나와 그래도 세끼의 끼니와 요만큼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오로지 일밖에 다른 아무것도 알 바가 없었던 이들 평균 중년들의 공로라 해도 평가가 지나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선진국의 노인들처럼 정년퇴직을 생각할 겨를도, 노후를 준비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선대로부터 기업을 물려 받은 젊은 주인은 이런 사정을 알기 어렵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다루기도 만만찮고 그들의 옛날 얘기도 짜증스럽다. 세대교체 바람은 이런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는데 안성맞춤의 환경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렇게 밀려나는 구세대 가장의 고달픔을 아주 실감 있게 묘사해서 요즘 인기가 높은 드라마가 KBS TV의 「바람은 불어도」라는 일일극이다. ◆그 인기가 부러웠는지 MBC TV도 일일극 「자반 고등어」를 만들어 가지고 이달부터 똑같은 시간에 방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편성태도에서는 두개의 드라마를 함께 즐기고 싶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를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살벌한 손님 잡아끌기 싸움이 요즘의 정치판을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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