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냉각 감수 적극 대처로 전환/한·일협정 해석 논란재연 가능성일본군위안부 피해 민간인에 대한 일본정부 차원의 배상을 사실상 요구키로한 정부 방침은 다소간 한일관계의 냉각을 무릅 쓰고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8일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한일협정에 따라 완전히 종결된 것인지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하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실국장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입장표명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법적책임론이 국제사회에서 대두됐음에도 불구하고 65년 한일협정을 의식,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위한 일본의 자주적 노력 만을 기대」한다는 선에서 대응을 자제해왔다.
이에따라 일본은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및 관계국과의 양자간 협약(한일협정)」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면죄부를 받았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일본 정부가 나서지 않고 민간기금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우호기금」을 통해 「금전적 보상」만을 추진해온 것도 이같은 입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신대 대책협의회 등의 국내 여론은 「금전적 보상」보다는 일본정부의 범법행위 인정 및 일본 정부차원의 배상을 요구해왔다. 정부 방침에 앞서 국회는 이미 일본정부에 국가책임 인정 및 배상지급을 요구하라고 정부에 권유했다. 한국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는 일본측의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을 거부했으며, 태평양전쟁희생자 유가족회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유엔인권위 개최에 앞서 고조되고 있는 국내 여론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배상요구 방침에 따라 한일협정에 대한 논란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협정」 제2조는 「한국과 일본은 국가 및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돼있다. 협정체결 당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의제에 들어있었는가는 차치하고라도 일본은 한일간 청구권문제가 이 협정으로 포괄적으로 매듭됐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당시 쿠데타 직후의 군사정권이 급조한 이 협정만을 근거로 일본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협정 자체가 피해 당사자의 배상청구권까지를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공세적 방침에 따라 일본의 과거사망언, 독도 영유권주장 등을 거치면서 냉각된 한일관계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무부 실무자들은 『「명분외교」가 정상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마련한 관계회복의 불씨조차 꺼뜨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의 적극적 입장표명과 특별보고서에 따라 이번 인권위원회에서는 일본에 대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 해결하라는 등 보다 강경한 건의문을 채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경우에도 일본에 대해 국제법적인 강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한일협정 등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문민정부의 입장을 이 기회에 명확히 밝힘으로써 대일관계에서 우리의 입장을 재정립한다는 장기적인 포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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