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시대 퇴조 사회과학서적 편향 벗어나/「좀머씨 이야기」 등 연성·다양화… 만화도 등장대학생들의 필독권장도서가 바뀌고 있다. 「시간의 역사」(스티븐 호킹),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좀머씨 이야기」(파트릭 쥐스킨트)…. 요즈음의 대학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챙기는 도서목록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과 별 차이가 없다. 몇 해 전까지 선배들이 권했던 추천도서들과 비교하면 참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생 권장도서가 이처럼 이념서적이나 사회과학도서에서 벗어나 갈수록 연성화, 다양화하고 있는 것은 사회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동구와 구소련의 몰락으로 대학가의 이데올로기 논쟁도 사그라 들었고,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 환경이 달라지면서 학생운동의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이화여대 교내 신문인 「이화학보」가 4일 신입생에게 추천한 도서 목록에는 예술과 삶, 동서양의 철학, 블랙홀, 대학생활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책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철학을 여대생의 언어 감각으로 접근한 「대화로 하면 쉬울까」(김지은외 2인), 현대 소립자 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기원을 밝힌 「시간의 역사」, 70년대부터 지금까지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비롯, 통일 환경 여성 문화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 「내 나이 19½, 새로운 시작」(기획집단 공방) 등 이 신입생 추천도서로 뽑혔다.
서울대 「대학신문」(3월4일자)이 뽑은 권장도서에도 「세계사 편력」(네루), 「전태일 평전」(조영래) 등 낯익은 고전 외에, 소록도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과 힘의 역학관계를 축소해 보여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일상의 심리구조를 추억의 형식으로 표현한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동아리연합회는 신입생 안내책자에 「오 한강」(허영만), 「새벽을 여는 사람들」(박봉성), 「수호지」(고우영), 「신들의 영혼」(김진)등 만화를 추천도서 목록란에 끼워놓았다.
이밖에 각 대학 신문사가 선정한 도서목록에 따르면 한반도의 미래에서 미국이 갖는 의미를 긍정과 부정의 양면에서 살핀 「미국은 희망인가」(이삼성), 소박한 삶의 의미를 동심의 눈으로 관찰한 「좀머씨 이야기」, 한 신문사의 소설공모 당선작인 「인샬라」(권현숙), 좋은 글쓰기 방법론을 밝힌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한효석) 등이 필독서 또는 대학가 베스트셀러로 뽑혔다.
경희대 「대학주보」편집장 한승오씨(25)는 『물론 「철학에세이」 「해방전후사의 인식」 「껍데기를 벗고서」 등 80년대 고전은 아직도 유효하다』면서도 『그러나 신세대 입맛에 맞는 다양한 내용의 서적들이 신입생 필독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요즘의 큰 변화』라고 말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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