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휘 “우리용기 시험” 침착 호소/패트리어트·전투기 2백10대 급발주/달러·금구입 장사진 생필품 등 사재기도/민심동요 방지책 불구 이 총통 지지 줄듯양안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대만(타이완)의 분위기는 표면상 평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전쟁발발 가능성을 우려,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다. 수도 대북(타이베이)에서는 8일 안전한 화폐를 사두려는 사람들이 몰려 중앙은행인 대만은행의 1백달러짜리 미화잔고가 바닥났으며 쌀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금판매량도 부쩍 늘고 있다.
대만의 외국은행들은 7일 하룻동안 50만달러가 빠져나가자 1인당 환전금액을 3천달러로 제한했다. 증시는 정부의 안정조치로 3일째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외환시장은 정부개입에도 불구, 방어 하한선인 1달러에 27.5대만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당국은 내부적으로 집안단속을 강화하면서 군사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대만군은 7일부터 전쟁준비에 돌입했고 정부는 긴급회의를 소집, 물가 안정과 주민동요 방지책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미사일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군사력강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93억달러라는 사상최고액의 방위비를 승인했으며 특별예산 21억달러를 투입, F16전투기 1백50대와 프랑스제 미라주전투기 60대를 구매키로 했다. 요격미사일 패트리어트도 미국에서 조기에 구입키로 했다.
이번 중국의 미사일 발사실험이 군사적으로 긴장을 촉발시키는 외에 23일에 있을 대만의 직선 총통선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큰 관심사이다. 이등휘(리덩후이) 총통은 7일 선거유세에서 『중국의 미사일들은 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빈 껍데기들이며 미사일실험은 대만인들의 용기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침착한 대응을 촉구했다.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뜻에서 나온 발언임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이총통이 승리는 하겠지만 50% 지지를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안을 느낀 국민당의 고정표중 20% 정도가 이미 이총통지지에서 통일파인 림양항(린양강)후보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위협은 선거이후 이총통의 외교행보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대만은 외교적인 위상 강화보다 중국과의 긴장완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이를 위해 중·대만 정상회담 개최조건의 완화, 삼통(통상·통우·통항) 정책 수용등 대륙과의 관계개선에 보다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발사 강행 중국 표정/침묵 일관속 발사직전 “정상적 군사훈련” 강조만
중국정부는 8일 대만(타이완)해역에서의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발사기지, 미사일 발사횟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실시여부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어떤 사건이나 사태에 대해 즉각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일관된 관행이지만 8일부터 15일까지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한바 있어 기대했으나 지각발표의 관행은 이번에도 깨어지지 않았다.
○…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목요 브리핑에서는 심국방(선궈팡) 중국 외교부대변인과 대만기자들간에 가시돋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심대변인은 이번 미사일 발사훈련의 목적을 질문받고 『인민해방군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으로 군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과 함께 국토를 보호하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대만의 주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놀랄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만기자가 일어나 『만약 대만이 중국의 하문(시아먼)인근을 목표로 미사일 훈련을 실시한다면 중국은 정상적인 군사훈련으로 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심대변인은 이에 대해 『기자 당신이 군사국방 관계자가 아니니 답변을 않겠다』며 설전을 피해버렸다.
○…북경(베이징)의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 훈련은 중국군의 대만공격 시나리오에 미사일 공격으로 항구를 봉쇄하는 방안이 담겨 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8일 발사 M9 미사일/탄착오차 600m 중거리 지대지용… 핵장착도 가능 베이징=송대수>
대만 위협용으로 8일 발사된 M9 미사일은 중국이 지난해 7월 1차 미사일 훈련때 사용한 것과 같은 미사일이다. 중국명으로 「동풍 15」인 M9는 93년 실전배치된 최신형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탄착오차가 6백도안된다. 중국은 지난해 M9 4발과 CSS5(동풍 21) 2발등 모두 6발을 발사했는데 대만은 그중 1발이 목표지점을 벗어났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차없이 목표해상을 명중시켰다.
탄두에 고성능폭탄이나 핵폭탄 모두를 장착할 수 있는 M9는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사용했던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모델로 중국이 자체개발한 것이다.
M9는 단거리 M11형 및 사정거리가 1천8백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CSS5와 함께 중국 미사일 전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사정거리 9백60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탄착오차가 크고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M9를 선호하고 있다. M9는 또 발사에서 착탄까지 걸리는 시간이 7분에 불과해 상대측이 요격하기 힘들다는 장점도 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각국 반응/“무모한 도발 행위… 직접대화로 해결을”/“불행한 일이나 중단시킬 수단없다” 신중/“긴장고조우려 EU회원국과 공동조치 강구”
세계 각국은 8일 중국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양안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 매커리 미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도발적이며 무모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이같은 성격의 모든 미사일 발사 훈련에 무척 난감한 입장』이라며 『대만해협의 긴장이 양안간 직접대화를 통해 해소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뉴트 깅그리치 미하원의장은 『우리는 테러리즘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번 발사는 일방적으로 외교관계를 무시한 계획적인 테러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일본총리는 『양안관계가 불행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미사일 훈련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이를 중지시킬 법적 수단은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일본 운송업체들은 기존 노선을 급변경하는 등 혹시 입을 수도 있는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우선」은 대만해협으로 운행예정인 선박 30척의 항로를 변경했으며 오키나와(충승)―대북(타이베이)을 운항중인 「일본 아시아 항공」도 목표해역에서 50 떨어진 요나구니지마(여나국)근해에 미사일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3백50여 떨어진 미야코지마(궁고도)로 우회하는 항로를 택했다.
○…영국은 『이번 훈련이 역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영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공동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한 관리는 『이번 훈련이 이 지역의 안정을 해치지 않길 바랄뿐』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뉴질랜드는 『미사일발사 훈련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대만인 1백여명은 오클랜드의 중국영사관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조상욱 기자>조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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