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배가 나와 고민이었는데, 어느새 허리가 날씬해졌답니다』
허리가 날씬해진 이유는 집과 직장에서 지하철역까지, 그리고 지하철 역안에서 많이 걷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역 구내에 계단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헤아리면서 오르내려본 사람들은 계단이 120개(신정 4거리), 또는 180개(분당)나 되는 역이 있다고 말한다. 그 정도면 5∼8층 건물높이니 배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하철을 이용한후 교통비 절약, 시간 절약뿐 아니라 운동까지 하게되는 일석삼조의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것은 좋게만 들을 말이 아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기운이 떨어지는 노약자들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처지라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지하철을 타면 노인승객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서울의 지하철에는 노인이 별로 없고, 특히 여자노인은 거의 볼 수 없다. 계단이 적고 덜 복잡한 역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인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앞등 큰 역에서는 젊은이들도 자기가 나가야 할 출구를 못찾아 쩔쩔 맬 때가 있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경사로도 에스컬레이터도 없으니 휠체어로 지하철 역을 오르내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승객은 건강하다는 전제아래 지하철 역을 설계했다고 생각될만큼 노약자나 장애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지하철공사는 『최근 건설된 3·4호선의 경우 계단 높이가 7∼8m(건물 2층높이)가 넘고 승객이 붐비는 역일때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는데, 비용(8,000여만원 정도)뿐 아니라 별도로 계단을 만들어야 하는등 면적도 많이 필요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다. 전체적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역은 반도 안되는데, 외국처럼 도로에서 역으로 내려가는 입구부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전혀 없다.
서울에 온 외국인들은 가장 힘든 점으로 교통을 꼽는다. 택시는 잡기조차 힘든데다가 불친절한 기사들이 많고, 대중교통수단은 영어로 된 안내표지가 불충분하고, 지하도로 길을 건너야 하는 곳이 많아서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 모든 어려움은 교통수단이 이용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로 발전돼왔기 때문인데, 이제부터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배가 들어갑니다」라고 선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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