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서 한국 관광객 셋 피살/“1주 10%” 고리대금 시달리다/중기사장 끝내 부도내고 자살지난해 8월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10여 떨어진 마카티시 부근에 있는 교민 박모씨(40)집 마당에서 신원미상의 한국인 시신 3구가 시멘트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마닐라 경찰(NBI)은 박씨를 즉각 연행했다.
경찰조사 결과 91년 이주한 박씨는 돈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물색, 카지노의 한국인 판촉업자들에게 연결시켜주는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또 현지 고리대금업자들로부터 빌린 판돈을 갚지 않고 귀국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출장해결사 역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피살자들이 거액의 빚을 진 한국인 도박관광객들일 것으로 단정했으나 신원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박씨는 마닐라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다 현지 카지노 관계자의 비호아래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9일 마닐라에서 한인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해오던 정모씨(당시 46세·마카티시 거주)가 괴전화를 받고 집을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결과 정씨는 이날밤 교민 이모씨와 칼부림 끝에 누군가에 의해 자동차로 납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다른 고리대금업자 임모씨(당시 58세)도 지난해 자취방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됐다.
카지노 도박관광 주변에는 이처럼 현지의 고리대금업소, 환전소, 카지노 판촉업자, 이들과 연계된 국내의 폭력조직등이 얽히고 설킨 강력사건 피해자가 늘어가고 있다. 은밀하고 거액의 현금이 오가는 도박관광에 범죄의 요소가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박관광의 비극은 돈을 따기가 어렵다는 데서 출발한다. 도박은 마약과 같아 큰 돈을 따게 되면 체재기간을 연장해가며 더욱 빠져들어 결국 빈털터리가 되는 게 대부분이다. 돈을 따도 국내반입이 어려우므로 현지에 게임칩으로 맡겨 놓고 다시 원정가서 도박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한 중소기업체 사장 P씨(당시 53세)가 부도를 낸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경기부진과 자금압박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비극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의 자살은 실상 카지노 도박관광에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사업상 해외 출장이 빈번해지면서 마닐라의 카지노 도박에 빠져 5억원을 빚졌다. 해결사를 자처하는 폭력배들로 부터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을 납치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그는 1주에 10%씩의 고리를 대기에 급급하다 원금결제를 위해 회사 자금을 끌어썼다. 결과는 부도였다. 죄책감에 시달린 그는 며칠 밤을 술로 지새우다 결국 죽음을 택했다.<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장학만 박희정 정진황 조철환 기자(사회부)
최규성 최흥수 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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