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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힌 한국인 여권 “수두룩”(「도박 관광」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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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힌 한국인 여권 “수두룩”(「도박 관광」 이대로 좋은가)

입력
199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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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돈 빌리려 300만∼400만원에 거래/범죄 조직·불법 취업자에 밀매/롤렉스 시계 등 귀금속도 많아「카지노 천국」인 마카오와 마닐라의 전당포, 고리대금업소, 환전소 등 에는 대한민국 여권이 수두룩하다. 카지노 도박장에서 돈을 탕진한 관광객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판돈을 꾸기 위해 저당잡힌 여권들이다. 그러나 여권을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

이들 업소는 비밀루트를 통해 홍콩과 중국, 필리핀에 저당잡은 한국 여권을 밀수출한다. 여권은 국제 범죄조직과 중국 조선족 불법근로자들에게 거액에 밀매된다. 마카오 현지의 한국여권 저당액은 보통 30만∼40만 홍콩달러(3백만∼4백만원). 마닐라에서는 미화 3천5백달러(약 2백80만원)가량이다. 미국 복수비자가 있는 경우에는 두배 이상을 호가한다. 최근 마카오 당국은 도박장 주변 전당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외국여권저당을 금지시켰지만 지하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여권이 아니더라도 롤렉스 금딱지 시계 등도 맡긴다. 현지 전당포들은 저당잡은 롤렉스 시계에 가격을 붙여 판매한다.

여권을 저당잡힌 한국인 도박관광객들은 마카오와 마닐라에서 귀국조차 못한 채 도박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여권 분실신고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이중 40% 이상은 여권을 저당잡힌 후 재발급을 신청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도박관광의 피해자는 국내관광객들 뿐만이 아니다. 현지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한인상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 종업원들과 유학생들 역시 카지노에 빠져든다. 매달 8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는 마카오 D주점의 김모양(28)은 『현지에 진출한 한인 여성 종업원은 40∼50여명 되지만 카지노에 손대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돈을 벌기 위해 이국만리에 왔다가 오히려 도박 빚에 쪼들려 인질처럼 매인 신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마카오와 마닐라의 도박장 주변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사람들이 많다. 회사돈을 빼돌리고 부도를 낸 기업인,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횡령하고 달아난 직원, 또 각종 사기사범들이 꽤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말이다. 이들은 카지노 도박과 유흥에 빠져 지내다 결국은 돈을 다 털리고 오도 가도 못하는 국제미아 신세로 전락하는 게 대다수다.

현지의 고리대금업소등과 연결된 국내 사채업자의 꾐에 빠져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도 있다. 부산 건설업체의 한 하도급회사를 운영하던 박모씨(52)는 지난해 불황으로 자금회전이 어렵자 가깝게 지내던 한 사채업자를 통해 필리핀 해외 투자에 대한 유혹을 받았다. 박씨는 사채업자의 주도 면밀한 계획에 따라 고의로 부도를 낸후 재산을 챙겨 마닐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씨는 결국 사업계획보다는 도박에 모든 시간과 돈을 탕진하고 말았다. 마침내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폭력배들로부터 살해위협까지 받게 되자 한국공관을 찾아가 신변보호와 재귀국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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