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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형식파괴/불황 출판계 자구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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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형식파괴/불황 출판계 자구 안간힘

입력
199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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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안팎 페이퍼백 등장 독자손짓/앞뒤 어디서 읽어도 되는책 출시 호평/100∼150쪽 분량의 「작은 장편」도 인기가격파괴, 형식파괴가 새로운 출판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불황타개를 위한 안간힘이다. 올해들어 「작은 장편」출판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이에 더해 페이퍼백이 강세를 보이면서 독특한 체제로 독자들을 끄는 책이 많아졌다.

고려원은 2월초 차 한잔값인 3,000원 안팎의 「고려원 페이퍼백」을 출간, 「가격파괴」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도서의 권당 평균가격 9,507원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된다. 고려원이 내는 페이퍼백은 가로 12.6㎝세로 18.8㎝ 크기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게 돼 있다. 고려원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헤밍웨이)등 총 100종으로 기획한 페이퍼백 「고려원 세계문학총서」의 1차분 15종을 출간했으며 「소설 손자병법」 「소설 삼국지」 「소설 초한지」등 기존의 150여종을 페이퍼백으로 재출간할 계획이다. 국내작가의 신작소설과 에세이도 저자와 협의, 페이퍼백으로 내기로 했다.

고려원의 박건수전무는 『신간발행 6개월후에는 페이퍼백으로 재출간해 독자들이 도서대여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며 『3,000원 안팎의 가격은 독서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퍼백의 효시격인 동쪽나라는 번역추리소설 중심의 「페이퍼백 & 스릴러」시리즈를 기획, 지난해 12월부터 25권을 출간했다. 가격은 3,800∼4,500원대. 김영사도 생활정보를 담은 포켓북 시리즈와 추리소설 중심의 페이퍼백을 기획하고 있다.

올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97년부터 재고도서, 잡지 과월호, 장기베스트셀러의 정가제가 철폐될 전망. 이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지만 페이퍼백을 통한 「가격파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형식파괴도 새로운 전략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앞뒤의 표지를 똑같게 하거나 완전히 다르게 해 어느 쪽에서부터 읽어도 되게 만든 책들로는 「가운 한번 입어 보실래요?」(서우) 「문명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 1」(사계절)등이 나왔다. 「가운 한번 입어 보실래요?」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한국남박사 부자의 칼럼집. 앞뒤의 표지가 서로 다르며 한 쪽은 한국남박사의 칼럼, 반대쪽엔 성형외과 전문의인 아들 한상준박사의 칼럼을 절반씩 싣고 있다. 「문명속으로 뛰어든 그리스신들 1」을 펴낸 사계절관계자는 앞뒤표지를 똑같이 디자인한 이유에 대해 『글과 그림의 비중을 같게 하려는 시도』라며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민음사, 문학동네 등이 시도한 「작은 장편」도 새로운 출판체제로 정착됐다. 열린책들이 125쪽분량으로 발행한 4,500원짜리 파트릭 쥐스킨트의 「좀머씨이야기」는 최근 한 달간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콘트라베이스」 「향수」도 100∼150여쪽의 분량에 3,500원대의 가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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