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성격규정에 신중기할 필요/경고는 하되 나쁘게 대해선 안돼◇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로부터 쿠데타 발생 보고를 받은 크리스토퍼 국무차관이 작성, 백악관·국방부등에 보낸 12월 12일자 긴급전문.
현재 서울에서는 쿠데타 초기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규하대통령과 접촉하는 한편 쿠데타측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가 전달할 메시지에는 미국은 한국군의 분열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내용과 민간정부를 무력으로 뒤집는 것은 미국 조야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내용등이 담겨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의 충고에 따라 우리는 현시점에서 한국사태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든 (12·12를) 쿠데타라고 암시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대단히 불행스러운 것은 오늘 정식 승인을 거치지 않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현 한국사태를 「군부의 중대한 권력투쟁」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우리는 곧 다음과 같은 해명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어떠한 코멘트도 현 시점에서 추측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한·미 관계에 책임있는 어떠한 관리도 그런 성명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을 권위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다』이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밴스 국무장관에게 보낸 12월 13일자 긴급전문.
우리는 사실상 쿠데타를 겪었다. 합헌적인 민간정부는 뼈대만 남았을 뿐이며 현시점에서 모든 징후는 이번 사태가 일단의「급진파 지휘관」들이 주도한 계획적인 거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반공주의자로서 친미적인 이들은 재능있는 후배들을 고위직에 진출시키고 질서정연한 정치자유화 과정을 이룩할 결의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우리가 신군부를 너무 나쁘게 대해 이들과 멀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공동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수용하는 절차를 거치기를 바란다고 얘기해야 한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밴스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12월 14일자 긴급전문.
나는 앞서의 전문에서 우리가 12·12 사건을 규정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못했다. 특히 나는 공개 또는 준공개 토론회에서 12·12를「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부주의하게 표현했었다.
12·12 거사는 정부형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고전적 차원의 쿠데타는 아니다.
모든 사실을 명확하게 파악할 때까지 12·12에 대한 성격규정을 피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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