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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적체에 밀려난 「국가대사」/OECD 협상 주도해온 수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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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적체에 밀려난 「국가대사」/OECD 협상 주도해온 수석대표

입력
1996.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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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원,돌연 국책은행장으로 내정/“가입 최대고비 코앞인데” 비판소리「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협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정부가 우리측 협상대표를 돌연 국책은행장으로 내정, 병법의 불문율을 깬 무원칙한 인사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임 주택은행장으로 결정된 신명호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는 지난 1년간 OECD가입협상을 주도해온 우리측 야전사령관. 탁월한 외국어실력과 세련된 매너로 「국제신사」로 정평이 난 신차관보는 한미금융협상 세계무역기구(WTO)분쟁등 굵직한 쟁점마다 우리측 협상대표를 맡아 발군의 교섭력을 발휘해왔다. 특히 OECD 연내가입을 결정지을 4월의 양대 자유화규약심사를 앞두고 수석대표인 신차관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큰 상황이었다.

그런 신차관보가 주택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바로 재경원의 극심한 인사적체 때문. 원내 인사숨통을 트기 위해 나웅배장관이 직접 나서서 고참인 신차관보(행시6회)를 산하기관장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전례에 비춰보면 차관보(1급)의 국책은행장행은 결코 좌천은 아니며 시각에 따라선 영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재경원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범국민·범정부적 당면최대과제인 OECD가입 실무대표를, 그것도 상당한 국제적 지명도와 교섭력을 갖춘 「정부의 얼굴」을 협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바꾸었다는 점이다. 재경원측은 『협상은 조직이 하는 것이지 대표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오랜 친분속에 쌓여진 협상대표간 신뢰관계 없이 성공적 교섭을 기대하기 힘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외협상때 외국대표들이 우리측에게 건네는 첫 인사는 언제나 「HOW DO YOU DO?」(안녕하십니까:초면인사)이지 「HOW ARE YOU?」(잘 지내셨습니까:구면인사)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우리측 교섭대표가 너무 자주 교체돼 2번이상 보는 일이 없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OECD 연내가입의 최대고비는 4∼7월. 그렇지 않아도 가입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얼굴을 타회원국과 오랜 신뢰를 구축해온 사람 대신 생면부지의 인사로 교체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한 관계자는 『OECD회원국들이 「왜 대표가 바뀌었나」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재경원 인사적체가 심각해도 국가대사인 OECD 가입보다 시급하고 중요할 수는 없다. 국책은행장 제청권자인 나부총리는 재경원장관이기에 앞서 경제부총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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