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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연우무대 「날 보러 와요」(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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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연우무대 「날 보러 와요」(연극 리뷰)

입력
199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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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빗대 「진실의 모호함」 풍자김광림 작·연출의 「날 보러 와요」(연우무대)는 엽기적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잡히지 않는 범인의 비아냥이 풍기는 제목이다. 성범죄와 살인등 소재의 잔혹성에 비해 전반적인 톤은 희극적이다. 그래서 극적인 흥미유발과 일상의 묘사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형사들, 즉 자원부임한 김반장(김세동 분), 수재형 김형사(김내하 분), 무술에 능한 조형사(신덕호 분), 지역의 터줏대감 박형사(유연수 분)등은 유머러스한 대사, 김형사와 쑥다방 미스 김(오지혜 분)과의 사랑, 박기자(박남희 분)와의 갈등을 통해 일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3명의 범인으로 분한 유태호도 1, 2차 취조과정에서 희극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음향과 조명을 이용한 살인장면, 범인과 김형사의 환상 속에서의 대결등이 비사실적으로 표현되어 무게를 싣는 반면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수사과정은 오히려 이완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수사가 장기화하고 살인도 일상화하면서 관객들은 부담없이 극을 즐기게 된다. 드라마투르그(김미희)의 적절한 개입과 스태프·배우들이 함께한 자료수집, 현장인터뷰등은 방대한 사건을 압축적으로 극화해 내고 있다.

김광림이 역설하려 하는 것은 「진실의 모호함」이라는 주제. 「이번엔 진짜 범인이겠지」 하는 기대를 반복해서 무너뜨리고 수사상의 혼선을 진실에 대한 의구, 가치관의 혼돈으로까지 확대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쉬운 것은 이 주제가 부각되기에는 형사들의 내면적인 갈등의 무게, 세번째 범인 취조장면에서의 섬세한 연기, 보다 긴장됐어야 할 후반부의 템포가 약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반장의 중풍, 폭력을 휘두른 조형사의 구속, 박형사의 형사생활 마감, 김형사의 정신병원행등 파국적 결말이 다소 비약으로 보인다. 8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 12일∼4월14일 연우소극장. 744―7090<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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