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대표부 총격」 관련 칼럼지적 적절김정일의 전처로 알려진 성혜림씨 일행의 서방탈출과 평양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에서 발생한 북한군 하사의 망명기도사건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않고 있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방송은 성씨 일행의 행방에 대한 추측기사, 성씨 조카의 증언, 서방국가 첩보기관의 대응 움직임, 성씨의 모스크바 생활상, 김정일의 여성관계 등 연일 4면이상의 지면을 할애해서 관련 기사를 다뤘다. 해외언론의 반응과 북한에 대한 분석기사도 중요한 비중으로 처리했다. 귀순자들의 육성증언을 정리한 북한사회에 대한 진단은 물론 북한은 과연 붕괴 직전에 있는가를 점검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매일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성씨일행의 소재나 은신처에 관해서는 오보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 뉴스의 홍수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과연 북한은 무너지고 있는가. 독자들은 북한 현실에 대해 이전보다 정리된 판단자료를 갖게 됐는가.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쪽에서 찾아진다. 2월17일자 한국일보 장명수칼럼은 북한군 하사사건에 대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왜 망명하려고 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고 적고 있다.
북한관련 뉴스에 대해 우리 언론의 처지를 잘 요약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10여일에 걸쳐 많은 기사를 읽었으나 지금 북한 지도부는 어떤 처지에 있는지, 조하사는 왜 러시아무역대표부를 골라 무장침입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신문과 방송은 이러한 뉴스를 직접 취재할 수 있는 취재원이나 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1차적인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나칠 정도로 많은 기사를 실었고 그러다보니 기사의 대부분은 확인이 어려운 「설」과 그것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추론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언론현상은 모두 언론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사회에 북한 전문가와 북한에 대한 지식 및 정보축적의 부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도 몇가지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첫째 좀 더 책임있는 자세로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여론과 국가의 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 언론사가 내리는 기사의 경중과 보도방향에 대한 판단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북한관련 보도는 특히 우리의 통일정책과 밀접히 연결되고 독자의 통일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추구해야 하고 나름대로 보도의 원칙을 정해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선정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기사를 독자의 흥미 중심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성씨가 인기배우였고 김정일의 여성편력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해도 권위지를 자부하는 신문들이 김정일의 여성관련 내용을 도표로 제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성씨의 망명동기를 추측토록 유도하는 접근은 지나치게 경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신문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성공적인 통일을 이룬 독일 언론의 선례에 입각한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북한 취재방식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이대교수·신문방송학>이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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