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중 어느 한쪽이 간통을 저질렀을때 배우자가 그를 고소하려면 이혼소송을 함께 내야 한다. 이혼할 생각은 없지만, 간통한 사실이 괘씸하니 감옥살이나 좀 시키겠다는 식으로는 안된다.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속에서도 그것을 존속시켜온 이유는 가정의 순결을 지키는 보루로 삼기 위한 것이지, 간통한 자를 단순히 혼내주려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간통죄는 흔히 보복과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단 상대를 간통죄로 구속시켜 놓고 이혼소송을 진행하면 위자료등에서 좀더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고, 나중에 소를 취하하더라도 배신당한 앙갚음을 톡톡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통죄 폐지론자들은 법이 상대를 골탕먹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특히 비판적이었다.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하는 사람들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다. 그러나 배우자를 일단 구속시켜 분풀이를 하고, 다시 고소를 취하하여 법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끝까지 괴롭히려는 사람들까지 편들 수는 없다. 물론 상대를 가정에 돌아오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경우도 있고, 고소한후 상대가 깊이 뉘우치기 때문에 이혼하려던 결심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배신당한 분노를 한평생 끌고가면서 상대방과 자신의 생을 파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복수심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제삼자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일 간통죄로 복역했던 남편이 제기한 이혼소송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원칙을 들어 기각했다. 그 남편은 간통죄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는데, 아내가 2심에서 이혼소송을 취하하자 자신이 이혼을 청구했었다. 대법원은 『그 아내의 행동이 오기나 보복심리 때문이 아니고 남편을 가정으로 복귀시킬 목적이었다면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경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역시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그 사건에서 다른 여자와의 관계로 징역까지 살고나온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경우 차라리 경제적 보상과 함께 이혼을 인정해주는 쪽이 타당할 지도 모른다. 회복하기 힘든 부부관계로 서로를 묶는 것은 또다른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으므로 점차 법의 적용도 지나친 엄격함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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