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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돌 맞은 증시의 과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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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돌 맞은 증시의 과제(사설)

입력
1996.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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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거래소가 3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대한증권거래소라는 이름으로 56년 3월3일 서울명동에서 발족한 우리나라 증권거래소는 그동안 「1·16국채파동」(58년), 「5월증시파동」(62년), 「건설주붕락」(70년대말), 「올림픽경기」 등 크고 작은 파동과 경기의 기복을 헤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우리 증권시장은 출범당시 주식 12개사 13개종목, 채권3종목으로 시작했다.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주식 3억9천만원, 채권 3억원 등 총7억원규모였다. 오늘날 웬만한 개인투자자들의 하루 거래량에 불과한 것이었다.

현재 우리 증권시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 그 자체나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도약을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식이 상장회사 7백21개사(상장자본금 38조4백70억원, 시가총액 1백41조1천5백억원), 거래대금 1백42조9천1백억원(1일평균 4천8백억원)에 달했고 채권도 1천5백77개종목에 거래대금이 1조4천3백억원(1일평균 48억3천만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증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주식(6조2천억원)과 회사채(23조5천8백억원)를 합쳐 약 29조8천억원이나 됐다. 증권시장의 기록적인 신장에 따라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37.9%)도 은행의 그것(40.1%)과 거의 맞먹게 됐다.

우리 증시는 타이완증시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양적팽창에 자만하거나 자족할 수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에서 세계자본시장은 급속히 개방되어 가고 있어 우리 증시는 이 개방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가야 하는 대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선 정부, 증권회사, 투자자, 상장회사, 증권거래소 등 증권관계자와 기관 모두가 의식·행태를 바꿔야 하며 선진체제·제도·기법을 도입, 수용해야 한다. 이제는 증시를 돈을 놓고 돈을 먹는 투기의 장이 아니라 저축·투자의 장으로 봐야 한다. 개인이건 기관이건 투자자들에게 이런 의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증권회사와 상장회사들은 투자자, 특히 정보와 자금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을 봉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본연의 자세를 발휘해야 한다. 일임매매(투자자의 동의없는 증권사딜러에 의한 일방매매), 주가조작작전, 부실한 공시 등 불법·비리가 없어져야 한다.

정부도 지나친 간섭을 자제, 시장의 자율화를 촉진해야 한다. 증권관계기관들은 선물시장(5월예정), 옵션시장(내년 3월), 외국주상장(상반기), 파생금융상품 등 선진기법도입에 대한 준비에 전력을 투입한다 해도 정착의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 불혹의 연륜이 된 우리 증시는 원숙한 정진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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