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에 진정 바라는 건 연금보다 양심 우러난 사죄”3·1절을 하루앞두고 타계한 고 정상근씨(75)는 한서린 재일동포의 삶을 대표적으로 살아 온 사람. 정씨는 91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전후 보상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1921년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42년 일본해군 군속으로 강제징용돼 마셜군도에서 미군 폭격으로 오른팔이 잘리고 고막이 모두 파열됐다. 정씨는 그러나 국적조항에 걸려 일본정부의 장해연금을 받지 못했다. 91년 그는 오사카(대판)지법에 일본정부를 상대로 원호연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씨의 행동은 전국 각지 동포들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그의 연금청구를 기각했지만 부분적인 성과도 있었다. 재판부가 「전상병자 전몰자유족등 원호법」의 국적조항이 『차별 정도가 심해 법앞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14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씨는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정씨가 진정 받고 싶은 것은 연금이 아니라 양심에서 우러난 일본의 사죄였다. 2월16일 간암진단을 받은 후에도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원집회에 참석, 『일본정부의 책임있는 사람에게서 사죄받고 싶다』는 비원을 토로했다. 지원회 대표들은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둘때에도 정씨와 간 나오토 장관(관직인)과의 면담주선을 위해 후생성에 있었다.
정씨의 죽음은 소송 당사자중 지난해 75세로 사망한 진석일씨에 이어 두번째이다. 소송중인 다른 동포들도 대부분 고령이거나 와병중이다. 소송당사자들이 갖는 운명적「시간」은 자칫 소송자체를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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