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느닷없는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때 불발이 될 뻔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2일 방콕에서 열린다.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교본용태랑)일본총리는 다같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방콕에 가 있기 때문에 ASEM에 대비한 공동보조 문제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만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김대통령은 당초 하시모토 총리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데 대해 불쾌감의 표시로 정상회담 취소 불사의 뜻을 밝혔었다. 그러나 그런 외교적 제스처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그보다는 당당하게 만나서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의 뜻을 직접 전달하는 기회로 잡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옳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정상회담의 자리를 빌려 다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따끔하게 타이르는 것이 정도라고 볼 때 양국정상간의 만남은 잘된 일이다.
독도는 법적으로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이고 또 우리의 실질적인 지배하에 있는데 일본이 뭐라고 하든 못 들은척 하면 그만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헛소리를 할 경우 우리가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망언을 국제여론에 고발한다는 의미에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정상회담의 의제는 ASEM에서의 한일간 공동보조, 북한에 대한 정책의 공조체제 재확인, 무역역조 시정등으로 독도 문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시모토 총리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독도문제가 주요안건으로 다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영토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나 이 문제가 다른 주요현안의 논의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망언을 모른척 지나갈 수는 없다. 문제의 성격상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으로 깨끗이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의 강력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기회로 삼는데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일본을 향한 지금 우리의 국민감정은 상당히 격앙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하시모토 총리의 망언이 나온 뒤부터 시작된 연쇄규탄 시위와 3·1절을 기해 곳곳에서 벌어진 반일 집회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분을 하시모토 총리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은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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