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3·1절 행사는 예년보다 훨씬 다양하게 펼쳐졌다. 정부주최의 공식행사와는 별도로 문인들 100여명이 이날 독도에서 특색있는 기념식을 갖는가 하면 범종교단체와 사회단체의 지도자들도 탑골공원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자세를 비판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각종 종교단체들도 여러 행사를 통해 민족자주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이번 3·1절에 일본을 향한 규탄의 소리가 더욱 높아진 것은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국영토라고 주장함으로써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행사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패권주의를 탓하는 가시적인 집회보다는 일본이 얕볼 수없는 국가가 되기 위한 국민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자.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일본군위안부문제,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정치인들의 망언, 그리고 연례행사가 된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주장등에 있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망언한 정치인의 화형식과 일장기 불태우기, 일본대사관앞에서의 연좌농성이나 대사관에 계란던지기등으로 일시적인 분노를 표시했을뿐 일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데는 게을렀던 것이 아닌가.
한때는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길수 있다」면서 극일을 위한 일본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으나 지속적인 노력은 없었고 수년전부터는 망언이 있을때마다 거친 말로 애국심을 표출하는 것으로 할일은 다했다는 식의 느슨한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촌산부시)가 종전50주년을 맞아 일본의 과거침략전쟁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국회결의를 채택할 의사를 밝히자 여야의 보수우익 정치인들이 일본의 과거사를 미화하는 발언을 잇따라 늘어 놓았었다. 당시 특파원으로서 일본에 있었던 필자는 「우익성향」이라는 점외에는 별볼일 없는 소인배들이나 이미 한물간 퇴물들도 우리 국민을 자극하는 발언만하면 하루아침에 정계의 거물로 대접받고 선거구에선 「용기있는 애국자」로서 영웅시되는 것을 몇차례나 목격했다.
일본외무성 관료들은 국가이익과 유관한 일본의 대외정책에 관한 한국측의 반발에 대해 『한국에선 일시적으로 시끄러울지 몰라도 2주만 지나면 잠잠해 진다』는 식의 발언으로 한국측의 소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국민들이 쉽게 흥분하고 곧바로 잊어버리는 「냄비기질」이 일본인들의 웃음거리로 치부될 뿐만 아니라 일부 교활한 정치인들에겐 그들의 정치적 야욕에 역이용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고 망언을 일삼는 것은 한국측의 규탄소리가 낮아서가 결코 아니다. 상대방의 국기를 불태우는 것은 우리측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일본의 학자들이나 양심있는 지식인들의 지지마저 거부하는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그같은 단발적인 대응보다는 일본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한일 양국간에 야기될 수 있는 제반 문제점등을 체계적으로 끈기있게 연구, 검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금년 3·1절을 앞두고 국내학자 20여명이 독도학회를 결성,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은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이같은 자세야말로 77년전 이날 선열들이 민족자존과 민족단결을 제창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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