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원리당 배제” 마지못한 악수/복지당 집권땐 대서방 관계악화 공감/군·재계서도 압력… 총리순번제 하기로『회교 원리주의 정당의 권력장악을 저지하라』
터키의 대표적 중도우파 정당인 정도당과 조국당이 오랜 라이벌관계를 청산하고 회교원리주의 정당인 복지당의 집권을 막기위해 28일 연정구성에 합의했다.
복지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158개의 의석을 차지하며 총 550석의 의회내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바 있다. 이에따라 복지당이 당연히 집권을 해야하나 주요정당들은 서방과의 관계악화등을 우려, 신정정치를 펼 것을 주장하는 이 당과의 연정 참여를 거부하고 나름대로 연정구성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2개월여동안 연정을 어느 당이 주도하느냐를 놓고 각당들이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터키정국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해왔다.
이번 연정구성에 합의한 정도당의 탄수 실레르 현총리(49)와 조국당의 메수트 일마즈 당수(48)는 총리가 되려는 야심을 품고 상호 치열한 경쟁을 했으나 회교원리주의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할 수 없이 악수를 한 것이다.
특히 이들이 손을 잡게된 배경에는 경제계와 군부의 압력이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는 유럽연합(EU)과의 완전통합, 급진적 사유화와 자유시장경제체제등을 계속 추진하고 터키를 「현대화」하려면 정도당과 조국당이 제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터키내 기지사용을 반대하는 복지당의 노선에 반발하고 있는 군부도 최근 군고위장성들이 모여 정도당과 조국당이 연정구성을 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터키의 주요언론들도 시대착오적인 회교원리주의의 확산을 막기위해 서구선진국의 정당들과 비슷한 양당이 연정을 해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양당은 결국 이같은 대세에 밀려 연정에 따른 지분문제등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연정의 핵심인 총리직은 일마즈 당수가 일단 앞으로 8개월간 맡다가 97년부터 현총리인 실레르가 다시 집권하는 등 순번제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당(135석)과 조국당(133석)의 의석이 원내과반수인 276석을 넘지 못해 또 다른정당인 민주좌익당(75석)을 참여토록해 연정을 향후 5년간 이끌기로 했다.
하지만 「한지붕 두가족」형태의 이번 연정체제에 대해 제1당인 복지당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올 것이 분명한 만큼 터키 정국의 전도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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