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잡아 정치적 복선” 추정/“리스트 폭로 등 방지” 주장까지/“지나친 의미부여·총선 득실계산 무리” 반론도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공판일이 총선직후로 정해지면서 2차공판의 택일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씨 비자금사건 재판은 당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공판이 첫공판후 3주후에 열렸던 점등을 감안할때 3월중엔 최소한 한차례 더 속개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 사건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는 26일 1차공판에서 전씨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지는 2차 공판일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춰 4월15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멀찌감치 재판기일을 지정한데 대해 12·12 및 5·18사건 재판일정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12·12 및 5·18사건의 수사기록만 13만여쪽에 달하는등 검토해야 할 기록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신문에만도 2차례이상의 공판이 필요하다는 점과 변호인측에 대한 충분한 시간적 배려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즉 3월중에 서둘러 검찰신문을 끝낸뒤 변호인 반대신문까지는 기간을 두고 이 사이에 비자금사건 2차공판을 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2차공판의 「총선후 택일」에는 상당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전씨측과 야권의 시각이다.
전씨측 관계자는 『재판기일 지정은 재판부의 고유권한이어서 시비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2차공판을 50일 뒤로 잡은 것은 한마디로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씨의 경우 비자금사건과 12·12 및 5·18이 병합돼 있어 선고는 어차피 함께 내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자금재판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12·12 및 5·18사건 재판을 총선전에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재판부가 자칫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비자금사건보다는 군사정권의 부도덕성을 드러내 「역사바로세우기」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12·12 및 5·18사건을 총선전에 선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씨가 비자금사건 재판과정에서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이라 주장하며 보수층의 동정론 확산을 기대할 경우 총선을 앞둔 여권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1차 공판때 불발로 그치기는 했으나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는 「전두환 리스트」의 재론 여부도 재판기일 지정의 변수가 됐을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전씨가 변호인 반대신문을 이용, 구체적 명단은 밝히지 않더라도 정치권 특히 현정권인사도 리스트에 포함돼 있음을 암시할 경우 총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재판기일 지정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또한 만만치 않다. 전씨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가 반드시 전씨에 대한 동정론을 확산, 현집권층의 표를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총선전에 2차공판이 열릴 경우 외곡된 정치행태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 전씨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이유를 설명하면서까지 재판기일을 늦춘데는 어떤식으로든 정치적 고려가 있었으리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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