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성명 추진에 “해명부터 듣자” 쿠바 동조/과거 소와 유엔대결외교 이젠 중국이 나선 꼴유엔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중국변수」로 진통을 거듭해야 했다.
미국 민간기 격추와 관련, 쿠바의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한동안 중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던 것이다.
이때문에 안보리는 두차례의 정회를 거치면서 마라톤 회의를 벌인끝에 가까스로 의장성명을 채택 할 수 있었다. 의장성명은 안보리 결의안 다음의 강도를 갖는 것으로 결의안과 달리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결의안이 투표를 거치는데 비해 의장성명은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거꾸로 진통이 더 큰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의장성명 채택이 여의치 않자 한 때 의장성명과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되 중국이 기권토록하는 묘안을 내놓을 정도로 다급했다.
이날 중국이 내세운 반대 이유는 본국정부의 훈령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고 반대의 명분은 쿠바쪽의 설명을 직접 청취하지 않고는 안보리가 어떤 형태의 결정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는 쿠바에 시간을 벌어주려는 지연전술의 의미가 짙었다. 모스케라 주유엔 쿠바대리 대사가 이날 상오 마들렌 올브라이트 주유엔 미국대사와 만나 로베르토 로바이나 쿠바 외무장관이 27일 안보리에서 쿠바의 입장을 설명할 때까지 결정을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쿠바를 배려하는 중국의 태도는 상임이사국 가운데서도 비동맹의 입장을 포용하면서 원칙론을 견지해온 평소의 행동패턴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반면 미국의 전략미스가 진통을 장기화하는데 큰 몫을 했다.
미국은 이날 클린턴 대통령이 미리 유엔의 제재조치까지를 거론하는 등 안보리의 실제 분위기보다 훨씬 앞서 나가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올브라이트 대사로서는 어떻게든 이날중으로 의장성명 채택을 성사시켜야 하는 처지였다. 미국이 시간이 급했던데 비해 중국은 느긋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중국변수로 인해 미국은 성명초안에 계속 「물타기」를 해야 했다. 초안은 ▲민간기에 대한 쿠바의 군사행위 비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진상조사 ▲희생자가족에 대한 쿠바당국의 보상 등을 담고 있었으나 이중 보상부분이 삭제됐다. 또한 쿠바에 대해서도 당초 초안은 「불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국가」라는 표현을 썼으나 「국제 질서를 위협한 국가」로 완화해야 했다. 이날 안보리는 미국과 구소련이 대결외교를 벌이던 냉전시대의 행동패턴을 재연하는 듯한 양상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이 맞서고 러시아가 중재에 나섰다는 것이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